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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주권운동

아직도 총 파업가를 불러야 하는 MBC 언론노동자들

 

이명박 정권의 나팔수를 거부한 MBC노조 총 파업


“흩어지면 죽는다. 흔들려도 죽는다. 하나 되어 우리 나선다. 승리의 그 날까지..... 해골이 두 쪽 나도 지킨다. 노조 깃발 아래 뭉친 우리. 구사대 폭력 물리친 우리.....”


▲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총파업에 들어간 문화방송 노동조합원들. 이명박 정권의 낙하산인 ‘김재철을 몰아내고 국민의 방송’을 지키기 위한 어려운 싸움에 들어갔다. (사진: MBC노동조합)


이 노래는 노동자들의 파업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노래입니다. 20년 전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것이 감옥행이던 시절에 노동자들이 부르면서 결의를 다지곤 했습니다. 당시의 노동자들은 짙은 색 작업복 차림에 대부분이었지만 이젠 정장 차림의 언론노동자들을 비롯한 사무노동자들도 많습니다. 천안함 침몰 사고로 어수선한 와중에 청와대의 낙하산인 김재철 사장이 노동조합과 약속한 황희만의 부사장 임명을 기습 단행하는 파렴치한 짓을 했습니다.




5일 문화방송 언론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저녁 무렵에 들었습니다. 방송장악을 해 국민들의 귀와 눈을 가리려는 이명박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충실히 하겠다는 것을 낙하산 사장이 한 것이지요. ‘큰 집에 불려가 조인트까이고, 좌파 청소했다’며 기자들에게 자랑스레 ‘방송점령 작전’ 과정을 늘어놓은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막말은 아직도 군사독재 정권 시절을 떠 올리며 ‘아, 옛날이여’를 그리워하는 독재의 유전자를 타고난 자들이 늘려 있음을 말해줍니다.


합법의 탈을 쓴 용역깡패와 경찰의 파업 파괴


노무현 정권이라고 해서 그리 민주적이지 않았습니다. 가진 것이라곤 몸 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유일한 권리이자 무기인 파업 현장은 언제 밀고 들어올지 모르는 구사대와 합법의 탈을 쓴 용역깡패들, 경찰 병력이 에워싸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개혁의 탈을 쓴 민주주의 정권이 결코 민중들의 편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라 믿습니다. 민주주의는 주린 배를 움켜쥐는 게 아니라 배고픈 사람이 없는 경제 민주주의가 완성되어야 한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지난 10년 민주당이 집권 했을 때도 판을 쳤던 합법의 폭력이 이젠 더 심해졌습니다. 조직폭력배라 불렀던 인간 말종들이 이젠 ‘경비용역’이란 합법의 탈을 쓰고 나타도 노동자들과 철거민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다행히 언론노동자들의 파업 현장에는 용역깡패를 동원하지 않습니다. 가장 파급력이 큰 노동조합이라 쉽사리 건드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구사대나 용역깡패 대신 경찰병력이 공권력이란 이름의 탈을 쓰고 파업 현장을 쓸어버리고 말 것입니다.


‘권력의 개돼지 노릇을 거부’한 언론노동자들의 총 파업


이 것 역시 합법이란 이름의 탈을 쓰고 자행하는 폭력입니다. 언론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임금을 많이 받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런 노동자들이 왜 방송을 멈추려고 할까요?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조직이지 사회발전을 위해 투신하는 결사조직이 결코 아님에도 문화방송을 비롯한 언론노동자들은 ‘정권의 앵무새’ 노릇을 거부하며 ‘권력의 개돼지가 될 수 없다’며 국민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불이익을 감수하고 총파업에 나섰습니다.


▲ MBC 이근행 노조 위원장은 임기 1년 2개월 동안 파국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지만 김재철 사장이 노조와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림으로써 마지막 남은 투쟁수단인 총파업을 결의할 수 밖에 없음을 힘겹게 밝혔다. (사진: 미디어오늘)


그 동안 무풍지대였던 SBS노동조합도 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을 촉구하며 총파업을 결의했습니다. 이명박 정권이 먼저 점령했던 YTN방송도 함께 동시에 파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최상재 언론노조위원장이 밝혔습니다. 방송에 종사하는 언론노동자들이 연대파업에 들어간다면 파급 효과는 엄청나 이명박 정권도 함부로 손대지 못할 것입니다. 군사독재 정권도 MBC 파업을 함부로 하지 못할 정도인데 연대파업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우리 노동관계법은 ‘처우 개선과 임금인상’과 관련해 쟁의를 할 수 있어 지하철이나 철도노동자들이 파업을 할 때 마다 ‘임금인상’을 끼워 넣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요즘 같이 언제 잘릴지 모르는 시기에 공기업의 파업은 ‘배부른 자들의 짓’이란 비난을 받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문화방송 노조처럼 ‘불법파업’이 되기 때문입니다. 파업은 생산수단이 없는 오직 몸뚱아리 하나 뿐인 노동자들이 자본에 대항하는 유일한 수단이자 마지막 무기입니다.



세계 인권규약 “노동조합의 파업을 공권력으로 파괴해서는 안 된다


이건희를 비롯한 재벌이나 권력이 걸핏하면 들먹이는 선진국은 파업이 연례행사이고, 언론보도와 관련해 개입하면 바로 방송을 세워버립니다. 파업은 당연한 권리이기에 시민들은 불편을 감수하면서 불평하지 않습니다. 운수노동자들이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철도 노동자들이 열차를 세우고, 조종사들이 비행기를 세워도 욕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린 아직도 파업을 색안경을 끼고 봅니다. 아니, 조중동을 비롯한 쓰레기 언론이 색깔을 칠하고 수구골통들은 개 거품을 물고 설칩니다.


저는 노조원 신분이 된 기간이 길지 않아 노동조합의 파업에 연대는 했으나 날밤을 세워가며 파업 현장을 사수해 본 일이 없습니다. 그러기에 파업하는 당사자들 보다 덜 절박할 수 밖에 없었음은 물론입니다. 그렇지만 21세기인 지금도 ‘총파업가’를 불러야 하는 우리 현실이 안타깝고 속상합니다. “파업 파업, 총 파업. 흩어지면 죽는다”는 노래를 아직도 불러야 할 정도로 천박한 우리 사회가 야속하기만 합니다. 이런 현실을 물려준다면 ‘못난 조상’이란 소리를 들어 마땅할 것입니다.


세계 인권 규약은 “노동조합의 파업을 공권력으로 파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세계노동기구(ILO)에 가입해 있기 때문에 당연히 지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지난 10년의 정권도 이 규약을 지키지 않고 경찰병력을 투입해 파업을 무산시켰습니다. 하느님은 ‘약자를 편애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참된 신앙인이라면 방송을 세워 방송을 지키려는 언론노동자들의 ‘공영방송 사수 총 파업’이 반드시 승리할 수 있도록 기도하고 연대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덧 글: 총 파업가를 부르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신앙인들은 기도로 연대하는 게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게 하라’고 준엄하게 명령하신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