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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주권운동

MBC노조 총파업…천안함 사고 틈타 기습 나선 김재철

 

“청와대 친정체제 구축…공정보도 벼랑 끝”

일부 방송 차질…낙하산 김재철 ‘법대로 강력대응?’

         

“김재철은 천안함 침몰로 모든 국민들의 눈과 귀가 TV 앞에 모여든 시점을 노려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이 통곡하든 말든, 회사야 쑥대밭이 되든 말든, 청와대가 그토록 바라던 직할통치의 토대를 완성한 것이다.…피를 한껏 머금은 칼은 PD수첩과 정권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제물 삼아 마침내 우리 뉴스와 프로그램 그리고 우리 가슴 속에 남아있는 MBC의 모든 양심을 향해 달려들 것이다. MBC를 청와대의 홍보방송으로 전락시키기 위한 미친 칼춤에 맞서 우리는 깃발을 든다.” (총파업 결의문)


▲ 5일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로비에서 열린 MBC 총파업 출정식에서 조합원들이 김재철 사장 퇴진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미디어오늘)


김재철 사장이 황희만 특임이사를 부사장에 기습적으로 임명한 데 반발하며 <문화방송>(MBC) 노조가 5일 아침 6시를 기해 총파업에 들어갔다. 방송문화진흥회가 황희만ㆍ윤혁 이사 선임(2월8일)에 맞서 총파업을 가결(2월18일)한 지 한 달 보름여 만이자, 두 이사의 사퇴를 전제로 김 사장과 노사 합의(3월4일)를 도출한 지 한 달여 만이다.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큰 집에 불려가 조인트 까였다’며 방송 점령 작전을 기자들에게 늘어놓아 군사독재 정권 시절을 방불케 했다.




문화방송 노조원 500여명은 이날 오전 본사 1층 로비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김 사장 즉각 퇴진 △정권의 문화방송 장악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방문진의 근본적인 제도 개혁을 요구했다. 노조 집행부는 ‘천안함 침몰’ 보도에 필요한 최소 인력 47명을 제외한 전 조합원에게 파업 참여를 독려했다. 19개 지역 문화방송도 이날과 6일 연달아 파업에 돌입하고, 7일엔 전국 조합원들이 모여 공동 결의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날 파업으로 문화방송은 진행자 교체와 방송시간 단축 및 대체 프로그램 방영 등의 방송 차질을 빚었다. 권순표ㆍ이정민 앵커가 자리를 비운 ‘뉴스데스크’는 권재홍 앵커가 단독 진행하되 분량을 15분 단축했고, ‘뉴스투데이’는 박상권ㆍ지영은 기자 대신 김수정 아나운서가 진행했다. 노조의 총파업엔 ‘문화방송 보도·프로그램이 벼랑 끝에 섰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노조와 합의 하에 다른 자리로 배치했던 황희만을 제자리에 앉힌 것은 불씨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다.


▲ 문화방송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본관에서 열린 파업출정식에 참가한 박경추(둘째 줄 오른쪽), 김완태(둘째 줄 왼쪽), 문지애(넷째 줄 맨 왼쪽) 아나운서 등 조합원들이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한겨레신문)


황 부사장 임명으로 완성된 ‘김재철 사장-황희만 부사장-전영배(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 신일고 선배) 기획조정실장’의 ‘3각 구도’가 “엠비시 장악을 위한 ‘청와대 친정 체제’를 완벽하게 구축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날 발행된 노보는 “MBC 서열 1~3위의 공통점은 그 뿌리가 모두 청와대란 점”이라며 “더 이상 물러서면 월드컵 분위기에 맞춰 ‘피디수첩’을 없애고 일방적으로 단체협약을 파기하려 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인트 까인 김재철의 충성맹세가 성공할까?


연보흠 노조 홍보국장은 “사장 입성을 위해 노조에 ‘황희만ㆍ윤혁 사퇴’를 약속했다가 ‘큰집’으로부터 ‘조인트’를 까인 김재철이 김우룡의 발언으로 닥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황희만에게 보도와 제작을 총괄하는 부사장직을 맡겼다”고 풀이했다. 사쪽은 노조 파업에 ‘무노동 무임금 원칙 적용’과 함께 “법적 절차에 따라 강력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큰 집에 불려가 쪼인트를 까인 낙하산 사장 김재철이 충성 맹세를 다짐하는 모습이다.


▲ MBC 이근행 노조 위원장은 임기 1년 2개월 동안 파국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지만 김재철 사장이 노조와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림으로써 마지막 남은 투쟁수단인 총파업을 결의할 수 밖에 없음을 힘겹게 밝혔다. (사진: 미디어오늘)

 

특히 김 사장은 4일 확대간부회의에서 “황희만 특임이사의 부사장 임명은 사장의 고유 권한”이라며 “이번 사태로 해고되면 내가 있는 한 복직은 없다”고 말했다. 전운배 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부사장 임명에 반대하는 문화방송 노조의 파업은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며 압박을 가했다. 이제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문화방송 언론노동자들의 총 파업이 시작되었다.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총 파업’의 화살은 이미 시위를 떠났다.


한편 언론노조 KBS본부는 황희만 이사를 보도본부장에 임명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김재철 사장이 지난 2일 보도와 제작을 총괄하는 부사장에 전격 임명한 것을 들어 “김 사장 스스로 큰 집으로부터 조인트를 까이면서까지 ‘MBC 내 좌파를 청소하라’는 청소부의 역할을 부여받았음을 뒤늦게 자인한 것”이라며 “최소한의 염치도 내팽개치고, ‘파업할 테면 해봐라’는 식의 도발에 다름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명박 정권은 지금이라도 당장 MBC로부터 손을 떼지 않으면 MBC는 MB정권의 무덤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