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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자전거로 달린 군위읍 40킬로미터 왕복

 

몇 일 전 목욕도 하고 장도 볼 겸 군위 읍내까지 다녀왔습니다. 면소재지에서 조금 더 가는 정도만 다녔는데 막상 읍내까지 초행 길을 가려니 걱정이 앞서더군요. ‘전국 완주도 했는데 이 정도 못 가면 체면 안 선다’는 똥고집 하나로 자전거를 밟았습니다. 면소재지에 있는 이정표를 보니 ‘군위 12킬로미터’라 제가 있는 토굴까지 포함하면 20킬로미터란 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한 동안 장거리 주행을 하지 않아 걱정을 했는데 가뿐히 다녀왔습니다.



가는데 재를 두 개나 넘었습니다. 자전거 주행의 강적이 바람과 고갯길인데 다행히 바람은 없었지만 고개를 두 번이나 넘었으니 덕분에 다리 근육은 튼튼하게 단련합니다. 길이 이런 줄도 모르고 무릎보호대를 착용하지 않고 왔으니 아찔하더군요. 비닐하우스가 늘린 성주와 비교하면 을씨년스러울 정도입니다. 2009년 12월 말을 기준으로 2만 5천명이 안 되어 경북에서 가장 인구가 적아 기초자치단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으니 짐작이 갈 겁니다.


그래도 읍내는 읍내였습니다. 온갖 화려한 것과 문화시설은 읍내에 가야만 구경할 수 있으니 말이죠. 동네마다 사람이 적다보니 다니는 버스도 횟수가 적어 노인들의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기초자치 단체가 지원하는 금액이 빤해 인근 농가에 피해가 가는 줄 알면서도 세수 확보 때문에 골프장 허가에 눈을 돌리고 맙니다. 목욕탕을 찾았더니 1970년대에나 있던 동네 목욕탕이었습니다. 성주군의 면소재지보다 더 작더군요.



돈이 별로 없는 곳이라는 걸 짐작하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인구가 적은 곳에 ‘군위경찰서 사격장’이란 게 보여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더군요. 일년에 한 번 사용하는 걸 돈 들여 만드는 것은 토건공화국다운 모습입니다. 대구시경도 따로 사격장을 만들지 않고 인근 군부대를 이용하는데 도시의 동네 인구 밖에 안 되는 곳에 콘크리트에 돈을 퍼붓는 꼴이 가관입니다. ‘과격시위’ 걱정하는 간판을 세우는 견찰다운 짓입니다.



목욕을 하면 이발도 해야 하는데 이발소를 찾지 못한데다 해도 지고 해서 장만 봤습니다. 장이 서는 날이면 구경도 하면서 사람 사는 재미도 느껴보련만 그러지 못하고 어느 곳에나 들어선 블랙홀인 대형마트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불과 10여 분만 하면 다 살 수 있는 ‘편리함에 익숙해져 가는데 나도 예외는 아니다’는 것을 절실히 느낍니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시장에 가서 사야 하는데 어느덧 달콤함에 젖어 있습니다.


해가 질 무렵이니 돌아갈 길이 만만치 않습니다. 처음이 아니라 거리 감각이 있긴 하지만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니 추위 걱정이 앞섭니다. 단단히 준비하지 않은 게으름을 탓하면서 재를 넘어 달립니다. 앞뒤에 전등을 달고 야광조끼까지 입고 안전모까지 착용했으니 사고에 대한 대비는 충분하지만 그래도 밤에 시골길은 걱정이 앞서는 건 어쩔 수 없는 가 봅니다. 동네 가까이 들어서 막걸리 두 병을 챙겼습니다. 땀 흘린 후에 마시는 맛은 그만이죠. 이렇게 산골의 하루는 또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