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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한명숙 사건 ‘무죄 나면 어쩌나’…검찰 ‘좌불안석’

 

애초 검찰의 무리한 기획수사가 불러온 화근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수수 혐의 재판에서 검찰이 연일 수세에 몰리면서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일 복수의 검찰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한 전 총리 재판이 진행되면서 일선 검사들의 동요가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권오성)는 대한통운 비자금 수사과정에서 곽영욱 전 사장으로부터 “한 전 총리에게 인사청탁 명목으로 5만 달러를 건냈다”는 진술을 확보, 한 전 총리를 기소했다.



검찰은 수사결과 발표 당시 극도로 말을 아끼면서 재판에 철저히 대비했고, 어느 정도 혐의입증에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2차 공판부터 증인으로 출석한 곽 전 사장이 “돈을 건넨 것이 아니라 의자에 두고 왔다”며 공소사실과 다른 말을 해 “의자를 언제 기소할 거냐”는 비난도 들었다. 검찰의 강압수사 의혹까지 제기하면서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특히 곽 전 사장이 연이어 검찰 조사 때와 다른 발언을 이어가는 가운데 검찰이 신청한 증인들까지 진술을 번복하자 위기감은 더욱 커져 동요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 같은 검찰의 위기감은 공판이 지속되면서 순차적으로 높아졌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공판 초기 “재판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말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통상적인 입장을 견지하며, 언론의 취재에 소극적으로 임하던 검찰이 적극적인 여론전을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검찰의 여론전은 최고위층 수뇌부부터 중간 간부까지 폭넓게 진행됐고, 공판이 지날수록 더욱 적극적인 해명 및 설명 작업을 벌였다. 재판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히 못한 처신임에 분명하다.


담당 검사의 발악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그대로


당시 수사팀 한 관계자는 “공판이 한창 진행 중인데 이미 결론이 난 듯 기사가 나가는 것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설명하는 것”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이 같은 검찰의 움직임 자체가 위기감의 또 다른 표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검찰의 전방위적인 여론전이 시작된 비슷한 시점, 수사팀의 보고와 회의가 잦아지는 등 곳곳에서 위기감은 감지됐다. 주목할 점은 이 같은 위기감이 수사팀뿐만이 아니라 검찰 전체에 퍼지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이름을 밝히기 꺼려한 재경지검의 모 검찰 간부는 “최근 선ㆍ후배 검사들과 대화를 하면 대부분 한 전 총리 재판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번 재판에서 무죄가 날 확률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검찰 중간간부급 인사도 “최근 가진 부서 회식 및 식사자리만 봐도 이번 사건에 대한 불안함이 팽배해 있음을 느낀다”며 “유무죄 여부를 떠나 또 다시 검찰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사는 것이 아닌가하는 걱정이 든다”고 밝혔다.



‘너무 착하게 수사한 것 아니냐?’는 정신 나간 검찰


전국 수사를 지휘 통제하는 대검찰청 안팎에서도 불안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수사팀이) 김준규 검찰총장의 새 수사 패러다임에 맞춰 너무 착하게 수사한 것 아니냐”며 “유죄판결을 이끌어내기 어렵지 않을까 본다”고 토로했다. 새벽부터 불러와 밤늦도록 조사하고, 자정을 넘겨서 구치소로 돌려보내는 등 강압 수사를 한 검찰이 ‘너무 착하게 한 것’이라니 아직도 꿈을 깨지 못하고 있는 저들은 애초 공정한 수사와는 거리가 멀다.


▲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수뢰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관련, 18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곽영욱 전 사장이 ‘5만 달러를 의자 위에 놓고 나왔다’며 진술을 번복했는데 그렇다면 검찰은 그 의자를 기소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귀남 법무부장관을 강하게 질타했다. (사진: 오마이뉴스)


이 같은 일선 검사들의 동요는 법무부 내부에서도 확인됐다. 법무부 한 간부는 “수사 일선에 있지 않아 언급하기 적절하지 않지만, 과거 유사한 수사를 진행했던 경험에 비춰보면 분명 이번 수사는 문제가 있다”며 “어떤 결과가 나오든 검찰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검찰ㆍ법무행정의 수장인 이귀남 법무부 장관도 구체적인 재판 내용을 매일 보고받고 있지 않지만, 수시로 진행상황을 보고받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수사팀의 움직임은 더욱 부산해지고 있다. 첫 공판에 두 명의 검사를 투입했던 수사팀은 두 번째 공판에 세 명의 검사를, 세 번째 공판에 네 명의 검사를 충원했고, 최근 재판에는 거의 특수2부 전 인원이 동원됐다. 물리적 충원과 함께 권 부장검사가 직접 법정에서 곽 전 사장의 구치소 출입시간 등의 자료를 제출하며 반박하는 등 재판 초기보다 더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자세로 공소유지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일부 언론의 보도를 보면 마치 검찰이 이미 진 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지만, 향후 재판을 통해 충분히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사건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그를 입증할만한 충분한 3자 진술과 정황증거 등이 확보됐다”며 “재판 결과를 보고 이야기하자”고 덧붙였다. 하지만 수사팀의 이런 입장에도 불구하고 검찰 내부의 불안함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좌불안석(坐不安席)’하고 있는 검찰이 어떤 재판 전략으로 난관을 헤쳐 나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검찰 측 증인이 검찰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는 등 상식 이하의 일이 법정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검찰이 이명박 정권의 입에 맞는 기획수사를 하면서 무리하게 벌였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넘어 너무 멀리 가 버렸다. 국민들의 신뢰가 사라진 것은 자업자득이다. 문제는 후폭풍으로 검찰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이 죽을 쑤게 되었다는 것이다. 재판 결과에 따라 지방선거 결과는 달라질 수 밖에 없어 결과가 점입가경이다. (뉴시스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