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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성범죄와의 전쟁 선포’한 경찰…지금이 노태우 시절인가?

 

성범죄와의 전쟁…노태우 시절의 범죄와의 선포와 흡사


경찰이 ‘성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마치 노태우 군사독재 정권 시절 민주화의 열기에 찬물을 끼얹기 위해 꼼수를 쓴 ‘범죄와의 선포’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부산 이 모 양 납치살해 사건 수사를 마무리한 경찰이 제2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성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부산경찰청은 18일 오전 부산청 1층 대강당에서 부산시와 시교육청, 시소방본부, 부산여성단체 대표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성폭력 범죄와의 전쟁 선포식’을 열었다.


▲ 부산 여중생 이아무개양을 납치해 성폭행ㆍ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김 모씨가 16일 오전 현장검증이 이뤄진 부산 사상구 덕포동에서 이아무개양의 시신을 유기하고 도주하는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뒤쪽으로 많은 주민들이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한겨레신문)

 

이 행사는 이 양 납치살해 피의자 김길태에 대한수사를 마무리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는 시기에 맞춰 이뤄졌다. 성폭력사범에 대한 관리 소홀과 재개발예정지역의 부실한 방범대책으로 이 양의 죽음을 초래했다는 뼈아픈 반성이 급기야 ‘성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권에게 충성하기 위한 행사를 벌이는 것이란 오해를 받기에 충분하다. ‘감나무 밑에서 갓끈 고치지 말고, 외밭에서 신발끈 동여매지 마라’는 속담을 안다면 이는 유치한 수준의 장난질에 지나지 않는다.


이강덕 부산경찰청장은 살인이나 강절도 등 흉악범죄 예방과 범인 검거에 치중했던 기존의 치안 관점을, 이제 변화된 국민 요구와 시대상에 맞춰 아동과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안전한 활동권 보장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으나 이를 신뢰할 시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경찰이 마련한 대책을 보면, 우선 아동이나 범죄 피해에 관련됐을 것으로 보이는 여성 실종 신고가 접수될 경우 경찰서장이 직접 사건을 지휘하면서 지방경찰청에 즉시 보고하도록 했다.


선거의식 ‘보수 지지층 결집’ 노린 경찰의 꼼수


필요에 따라 수사본부 설치 등 총력을 다해 즉각 대응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출이나 실종자에 대한 수사 대응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강력사건에 준하는 대응에 나선다는 것이다. 또 부산경찰청장은 경찰서장으로부터 실종 신고가 범죄와 연관됐다는 보고를 받는 즉시 특별대책위원회를 열어 청장 지휘로 신속히 수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범죄가 한 명 체포하는데 전시에 준하는 갑호 비상경계령까지 선포하는 호들갑을 뜨는 등 경찰의 신뢰가 추락한지 이미 오래다.


경찰은 단 한차례라도 아동 성폭력 경험이 있으면 집중 관리하는 등 성폭력 우범자에 대한 관리도 강화할 방침이다. 신상정보 공개 대상을 아동 성폭력 범죄자에서 일반 성폭력 범죄자로 확대하고, 전자발찌 대상자를 소급 적용하는 등의 관련 법률이 조기에 시행되도록 관련 기관에 건의하기로 했다. 경찰은 관내 모든 학교를 범죄 취약지역으로 선정해 등하교길 안전 확보에 나서는 한편, 특별방범활동도 벌이기로 했다. 특별히 달라진 게 없음이 드러난 유치한 놀이다. 경찰대학 선두주자 출신인 부산경찰청장이 이 정도 밖에 안 되는지 정말 세금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