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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

앞산 달비골에서 1월 마지막 날 보내는 편지 어제는 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입춘이 얼마 남지 않았긴 하지만 비 온 뒤 기온이 떨어지지는 않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수시로 일기예보를 보고 사는 직업이라 익숙해져 있긴 하지만 달비골로 입산 한 후 더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더군요. 몇 일 따뜻해 나무 위로 올라가서 매일 하던 건포마찰을 빼 먹었는데 기상 이변에 대비해 다시 시작했습니다. 먼저 내 몸이 받쳐줘야 무엇이던 할 수 있으니 말이죠. 목요일 밤 저를 찾는다는 전화가 왔다고 해 받았더니 신부로 있는 후배였습니다. 무슨 급한 일이기에 제 전화가 안 되면 누리편지로 해도 될 텐데 밤중에 했을까 의아하더군요. 지난 번 3주간 있다가 내려간 후 후배와 나눈 가슴 아픈 이야기를 누리방(블로그)에 올린 것을 누군가 보고 몇 군데 전화를 했나 봅니다. 제가 힘.. 더보기
충고가 충고다우려면.... ‘너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고 하면서도 상대방의 처지나 의사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기 생각만 마구 뱉어내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말을 한 당사자는 ‘걱정하기에 한 말’이라는데 듣는 사람이 기분이 상한다면 ‘걱정이 아닌 간섭이나 강요’가 된다. 그것도 우정이란 이름을 빌려서 하면 정말 기분 엿 같다. 이런 일방통행이 더 심해지는 것을 ‘언어폭력’이라고 한다. 이와는 달리 ‘너에 대해 이런 말을 하려는데 어떠냐’고 묻고 나서 자기 생각을 밝히는 것을 간섭이나 강요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런 경우를 우린 ‘충고나 조언’이라고 하며, 어지간하면 들으려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부모가 아무리 자식을 걱정해 잘 되라고 한 말이라 할지라도 자식의 의사와는 무시하고 그냥 퍼부어 댄다면 과연 사랑해서 하는.. 더보기
2차 룸싸롱 갈래? 좋은 기억이 있는 친구를 28년 만에 만났습니다. 서울에서 출장 온 친구도 온다기에 옛 추억을 떠 올릴 겸 갔습니다. 만나보니 세월의 흔적은 피해갈 수 없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학창시절을 떠 올리다 보니 우린 어느 덧 10대로 돌아가 추억에 푹 빠지고 말았습니다. 서로 모여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화투치기’에 골몰하던 이야기 등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서울에서 온 친구가 술이 과했는지 평소 안 쓰던 육두문자가 튀어나오는 등 돌출 행동을 해 어리둥절했습니다. 술이 좀 들어가면 남자들의 ‘정치이야기’는 술자리에서 빠지지 않는 안주거리인데 술이 많이 들어간 상태에서 ‘희용이 너 왜 그거 하느냐’며 ‘속셈이 무엇이냐’고 묻더군요. 속내를 드러낼 사이가 아닌데 받은 뜻 밖의 질문이라 ‘우.. 더보기
화려하지만 불편한 외출 오랜만에 동문산악회 모임에 뒤풀이까지 갔다. 5월 체육대회 후 처음이니 5개월 만에 나간 셈이다. 전날 만난 친구가 ‘회장이 쏘는데 가자’고 했지만 오히려 그게 더 불편하다. 여름에도 그런 자리가 있었지만 불편해서 가지 않았다. 어느 친구 말처럼 각자 회비 내고 모자라는 걸 정리하면 좋은데 그게 아닌 일방적인 자리는 정말 거북하기 그지없다. 그렇다고 개인적으로 만나 술 한 잔 사는 것 조차 꺼릴 정도로 결벽은 아니다. ‘밥 한 끼도 공짜가 없는 범’인데 누군가 돈을 쓰면 그 사람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게 사람 사는 세상의 이치다. 조폭들이 곰들을 만나 밥 사고 술 사는 것은 나중에 일이 벌어지면 기본 정보는 알려달라고 ‘기름치는 것’이지 그냥 생 돈 쓰는 게 아니다. 이런 걸 거창하게 표현하면 ‘자본.. 더보기
‘사람보다 일’이 우선이라고 하는 후배에게 갑자기 날씨가 쌀쌀해 진데다 바람도 불어 차가운데 잘 지내나? 기온이 떨어질 때가 되었지만 바람까지 부니 체감 온도가 늦가을 갖구만. 푸르름을 자랑하던 거리의 은행나무도 하나 둘 노랗게 물 들어 가는 게 영락없는 가을이네. 오늘은 기온이 더 떨어진 것 같아 11월은 넘어야 입는 등산복을 꺼내 입고 자전거를 타고 다녔더니 팔자 좋아 산이나 찾는 여유있는 사람으로 보는 이들이 많더구만. 난 지갑이 비어도 그래 안 보이니 이것도 하늘이 주신 복으로 봐도 되겠지? ^^ 자네를 만난 지도 벌써 5년이 가까워 오는구만. 마흔이 덜 되었던 자네 연배들이 불혹이 되고, 난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를 코 앞에 두고 있으니 세월 빠르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네. 늦게 만났음에도 같은 길을 가는 노땅이 몇 살 더 먹었다고 .. 더보기
소통이 안 되어 문제입니다. 주치한의사로부터 수시로 듣곤 하는 말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상초와 하초의 원활한 소통이 잘 되지 않아 기가 막혀 있다’는 것이다. 소통(疏通)을 국립국어원에서 발간한 표준대국어 사전에서 찾아보니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이라고 나와 있다. 상하좌우가 막히지 않고 잘 통한다는 뜻이다. 한 동안 게으름병이 도져 자전거도 별로 안 타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하는 복식호흡을 하면서 명상을 하지 않았더니 온 몸이 막힌 느낌이 든다. 몸이 거북해 견딜 수 없어 다시 복식호흡과 명상을 시작했더니 잠시 앉아 있었는데도 온 몸이 막혀 기가 제대로 흐르지 않는다는 느낌이 바로 온다. 그래도 불편함을 무릅쓰고 호흡을 계속 했더니 뒤틀려 있는 오른쪽 골반과 사고로 다친 부위 쪽이 조금씩.. 더보기
친구와 마신 가장 맛있는 술. 수시로 지나가곤 하는 ‘7호 광장’ 가까이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오늘은 일이 있어 밖에 있다’며 ‘내일 오후 5시 후에는 사무실에 있다’기에 다음 날 찾아갔다. ‘소주를 사오라’기에 막걸리 병이 보여 ‘막걸리로 하자’고 우겨 막걸리 몇 병을 사왔다. 김밥 집에 들러 안주거리 좀 챙겼다. 어찌된 판인지 막걸리 마시는 게 편하고 좋은 사람들이 주위에 많아 나도 즐겨 마신다. 그래서 누가 연락이 와 ‘조용한데 없느냐’고 하면 부담스럽다. 상대가 말하는 조용한 곳은 가요주점이나 룸싸롱이 대부분인데 난 그런 자리 갔다가 걸리면 바로 징계 대상이다. 동기들끼리 ‘편하게 막걸리나 마시자’며 일부러 반월당 막걸리 골목으로 가자고 한다. 들안길이 익숙한 친구들은 ‘다른데 없느냐’고 하지만 내가 편하니 ‘여기오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