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농촌

봄비 내리는 만추정(晩秋亭)에 무슨 일이?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립니다. 유난히 춥고 눈도 많이 내렸지요. 그 때문에 명절에 어른들을 찾아뵙지 못한 분들이 많을 줄 압니다. 그러나 제 아무리 꽃샘추위가 발악을 해도 오는 봄을 막을 도리가 없습니다. 이명박과 박근혜라는 꽃샘추위는 민주주의의 봄 앞에 녹아 사라지고 맙니다. 봄이 오는 것은 자연의 순리이기 때문이지요. 어제부터 내리는 비가 막걸리를 당기게 하는군요. 우체국을 들렀다 오는 길에 막걸리 몇 병 사왔습니다. 두부도 챙기고 김치까지 곁들이면 안주로는 그만이죠. 글발이 안 떠올라 막걸리 한 사발 합니다. ^^ 비록 샘이 나더라도 함께하는 마음으로 감상하시길.... 오래도록 비워 놓은 집이라 내부도 어수선 하고, 무엇보다 주위에 풀이 우거져 귀신이 나올 것 같은 유배지와 같아 손님을 초대할 수 .. 더보기
겨우 내 죽지 않고 살아남은 풀의 생명력 이 곳 산골로 온지 달포가 넘었습니다. 춥다는 핑계로 집 주위 청소를 하지 않았습니다. 유난히 깔끔을 떠는 남자가 그냥 방치해 놓았으니 아는 사람들이 보면 의아해 할 것 같습니다. 설도 지나고 오늘 날씨도 풀리고 해 풀도 뽑고 쓰레기도 치우는 대청소를 했습니다. 도시와는 달리 간단한 것은 태우는 경우가 많아 큰 깡통을 구하러 주유소를 찾아갔습니다. ‘엔진오일 빈깡통 얻으러 왔다’고 하니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주더군요. 도시와는 다른 농촌의 인심이겠지요. 연장으로 뚜껑을 떼 내고 간이쓰레기소각장을 만들었습니다. 챙겨 온 망치와 연장이 긴요하게 쓰이는 걸 보며 ‘버릴 게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낫질을 하는데 마른 풀 사이로 살아있는 푸른 풀이 보여 너무 신기했습니다. 유난히 춥고 눈도 많이 왔는데 죽지 않.. 더보기
만추정(晩秋亭) 토굴을 찾아 온 귀한 손님들 토요일 낮 토굴에 귀한 손님들이 왔습니다. ‘초대하지 않느냐’는 강력한 압력을 미룰 수 없어 불렀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김치와 된장이 다 떨어져 ‘챙겨오라’고 오히려 큰소리를 친 거죠. ^^ 유통점에 파는 김치나 된장이 먹기 곤욕스럽다는 것은 다 압니다. 없으면 그거라도 먹지만 몇 일 단식을 하면서 속을 푼다고 된장 국물을 마셨더니 냄새가 역겨워 ‘집 된장과는 다르다’는 걸 절실히 느꼈습니다. 무엇이던 가리지 않고 잘 먹지만 몸의 반응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더군요. 역시 우리 몸은 ‘가장 정교한 기계’임에 분명하더군요. 그래서 무시무시한 칼 막스 선생도 ‘사람은 물질이 낳은 최고의 산물’이라고 했나 봅니다. 예전에는 단식을 하면 그냥 맹물만 마셨는데 요즘은 효소단식을 많이 합니다. 피를 맑게 하고 장.. 더보기
산골의 화려한 외출 ‘화려한 외출’이라면 광주민중항쟁을 진압한 전두환 집단의 작전명이지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게 임무인 군대가 오히려 맨 몸 상태의 시민들을 상대로 작전을 펼쳤으니 씨를 말려도 시원찮을 일입니다. 공휴일 조용해 잠시 외출을 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았습니다. 떨어진 면소재지까지는 5킬로미터 더 되니 왕복하면 10킬로미터가 훨씬 넘어 버리더군요. 농사 일이 다 그렇지만 비닐하우스 농사를 하는 곳이라 휴일도 없는 동네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도로에는 다니는 차가 없어 한산하더군요. 한 바퀴 돌아오는데 화려하게 꾸며 놓은 묘가 눈에 보이더군요. 죽어서 얼마나 좋은데 갈려고 저렇게 요란을 떨고 욕심 부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돈 자랑하는 후손들이 ‘조상에게 효도 한다’는 소리 듣고,.. 더보기
도시화 되어가는 시골 면소재지 제가 지금 와 있는 곳은 성주군 월항면 외딴 곳입니다. 면소재지까지는 5킬로미터 가까이 넘게 가야할 정도로 멀지만 초전면이 더 가까워 생활권은 초전 쪽입니다. 유난히 추운 겨울이지만 비닐하우스로 온 들판이 물결을 이룹니다. 제 철에 나는 농작물을 먹어야 건강하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 곳이 되어 버렸습니다. 특수작물 재배로 돈 벌이가 되니 마다 할 사람도 없으려니와 농민들도 익숙해 철 따라 농사짓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초전면도 교통이 그리 편리한 곳은 아닙니다. 소재지를 돌아봐도 젊은이는 가물에 콩 나듯 하고 노인들이 대부분입니다. 더러 낮부터 술에 취해 고함을 질러대는 단골손님도 눈에 보이는 걸 보니 역시 농촌인가 봅니다. 중학교가 있으니 아이들이 없지 않지만 갈 곳이라곤 피시방뿐입니다. 도시에서.. 더보기
만추정(晩秋亭)을 아시나요? 조그만 토굴 하나 장만했습니다. 재작년 늦가을부터 작년 한 해 소중한 경험을 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글을 쓰려 했으나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쓸 틈이 없더군요. 더 늦기 전에 ‘저지르고 보자’는 생각에 후배가 조용한 곳에 지어 놓은 아담한 집을 찍었습니다. 필명인 늦가을을 따 만추정(늦가을정자)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몇 군데서 원고 청탁이 들어오긴 했으나 아직 필력이 딸리는데다 원고료가 너무 적어 거절했는데 경험삼아 한 번 해 보려합니다. 그리 좋은 집은 아니지만 짱 박혀 글 쓰는 데는 그만이라 ‘집 잘 지킬 테니 무상 임대하라’고 강력한 압력을 넣어 접수를 해 버렸습니다. ‘집 세는 원고료 제대로 나오면 주겠다’고 윽박질러 해 집 열쇠를 빼앗아 버렸습니다. 성주군 월항면 한 쪽 구석에 자리 잡고 있어 .. 더보기
앞산꼭지의 주말 자전거 여행 집안의 볼 일도 있고 해서 자전거를 타고 논공을 지나 고령까지 갔다 왔습니다. 시내에서 화원까지는 수시로 왔다 갔다 하지만 자전거로는 초행길인 고령까지 막상 가려니 막막해 지더군요. 토건공화국의 관료들이 시원하게 국도를 확장해 놓아 화원나들목 지나면서 부터는 막힘없이 씽씽 달릴 수 있더군요. 옥포를 지나 달성군청이 있는 논공읍에 도착하니 목이 말라 챙겨 온 물병을 찾았더니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은 넣어 놓고는 빼 먹은 모양입니다. 어쩔 수 없이 가게에 들러 막걸리 한 병을 마셨습니다. 그야말로 꿀맛이었습니다. 위천 삼거리를 지나 예전 국도를 따라 고령대교를 지나 고령으로 들어섰습니다. 정신없이 밟아 약속한 곳에서 전화를 했습니다. ‘신이 내린 직장’이라는 공기업을 그만두고 자식을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 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