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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만추정(晩秋亭) 토굴을 찾아 온 귀한 손님들

 

토요일 낮 토굴에 귀한 손님들이 왔습니다. ‘초대하지 않느냐’는 강력한 압력을 미룰 수 없어 불렀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김치와 된장이 다 떨어져 ‘챙겨오라’고 오히려 큰소리를 친 거죠. ^^ 유통점에 파는 김치나 된장이 먹기 곤욕스럽다는 것은 다 압니다. 없으면 그거라도 먹지만 몇 일 단식을 하면서 속을 푼다고 된장 국물을 마셨더니 냄새가 역겨워 ‘집 된장과는 다르다’는 걸 절실히 느꼈습니다. 무엇이던 가리지 않고 잘 먹지만 몸의 반응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더군요.



역시 우리 몸은 ‘가장 정교한 기계’임에 분명하더군요. 그래서 무시무시한 칼 막스 선생도 ‘사람은 물질이 낳은 최고의 산물’이라고 했나 봅니다. 예전에는 단식을 하면 그냥 맹물만 마셨는데 요즘은 효소단식을 많이 합니다. 피를 맑게 하고 장의 순환을 돋우어 속을 비우는데 효과가 탁월합니다. 효소를 안 챙겨 몇 일 하지 못하고 접었습니다. 식욕이라는 본능적인 욕구를 참는 것도 쉽지 않거니와 준비 부족으로 견디기 힘들더군요. 속을 비우는 대청소를 하는 게 몸에 좋다는 것은 알지만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네비게이션에도 잘 안 나올 정도의 산골이라 물어물어 찾아와 주었으니 그 정성이 고맙기 그지없지요. 마침 집 주인도 같이 왔더군요. 쌀 10킬로그램 2개를 가져왔으니 양식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겨울이면 연탄 들여 놓고, 쌀 몇 말 사다 놓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더군요. 차가 없으니 불편한 점도 있지만 대신 몸을 더 움직여야 하니 좋은 점도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렇게 핑계를 대며 사람을 부르기도 하니 좋더군요.


제가 노는 같은 동네에서 힘들다고 남들이 피하는 녹색ㆍ환경문제를 같이 고민하는 동지들이자 후배들입니다. 오래도록 비어 있던 집을 깨끗이 치워 놓았더니 주인은 좋아서 입이 벌어지고, 주말 농장을 하는 후배는 ‘양식 걱정 안 해도 되겠다’며 너스레를 떨어 한 바탕 웃었습니다. 주로 혼자 지내다 보니 손님들이 찾아오니 좋더군요. 날씨가 풀리면 집 주위 풀도 없애고 작은 텃밭이라도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오랜만에 토굴에 사람들이 북적거려 좋은 주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