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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치

아직도 조용한 선거 결과 책임

 

사석에서는 말할지라도 아무도 공개적으로 꺼내지 않았기에 매우 조심스럽고 부담이 갑니다. 그렇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말이고 하지 않으면 안 되기에 어렵게 꺼내고자 합니다. 선거 후 조용함은 마치 태풍 전야의 고요에 비유하고 싶습니다. 그냥 넘어가면 좋겠지만 언젠가는 터진다는 건 엄연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말조차 꺼내지 못하는 건 그리 좋은 현상이 아님에 분명합니다. 많은 분들이 고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득표율이 바닥이란 엄연한 사실을 애써 외면하는 건 모두에게 좋지 않죠.

 

큰 일이 벌어졌을 때 흔히 모두의 책임이라 합니다. 특정인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함께 반성하자는 의미지요. 이는 매우 그럴듯해 보이기도 하나 책임질 의사가 없는 무책임한 말임을 상식을 가진 사람들은 압니다. 국회의원 총선거가 끝난 지 3개월이 지났습니다. 득표율이 최 바닥인데도 홍세화 대표 말고는 집행부에서 책임지겠다는 말이 없습니다. 오히려 책임이 작은 사무총장과 정책위 의장은 물러났으나 대표단의 누구도 개인적으로라도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어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합니다.

 

그런 와중에 상근자들이 책임지고 떠나는 일이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묵묵부답이니 더 갑갑하죠. 아무도 문제 제기하지 않고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어 더 속이 상합니다. 책임지는 게 꼭 사퇴해야 한다는데 동의하지 않으나 아무런 언급조차 하지 않는 건 당의 주인인 당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님은 물론입니다. 선거를 기획하고 집행한 책임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저의 이러한 문제제기가 어려운 처지에서 출마한 분들을 비난하자는 건 아님을 분명히 밝힙니다.

 

민주당은 결과가 나오자마자 박선숙 사무총장이 선거본부장으로서 책임진다며 바로 사퇴를 해 더 이상 논란이 확산되지 않았습니다. 책임 문제에 관한한 우리가 그들을 따라 가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밥벌이 때문에 유세에 한 번도 나가지 않은 저의 전화요금이 평소보다 배 가까이 나왔을 정도인데 열심히 뛴 분들은 물어볼 필요가 없죠. 그렇게 모두 힘들게 고생했기에 서로 조심하고 언급하지 않는 건 진짜 평화가 아니라 마치 태풍전야와 같다면 지나친 비약인가요?

 

정치는 시기라고 합니다. 정치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일이 그렇죠. 결과에 책임지는 걸 갖고 진보 운운한다면 세상물정 모른다는 타박을 받기 딱 좋습니다. 결과에 책임지는 건 사회생활의 기본입니다. 기본과 상식을 벗어난 전문성은 말장난이나 꾬수에 지나지 않다는 건 중학생도 압니다. 새로운 좌파 정당을 창당하려면 이 문제를 제대로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책임있는 위치와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함께 노력했지만 결과가 나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지겠다는 말은 마땅히 해야 되는 것 아닌가요?

 

덧 글: 이 글은 420일 무렵에 초안을 잡아 놓았다 진보좌파 정당 추진위원회가 구성된 후 올립니다. 고생하신 동지들의 노고를 서로 격려하고 서로에게 생산적인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게 의도이며, 특정인을 비난하자는 게 아님을 분명히 합니다. 내용의 부족한 부분은 전적으로 저의 책임임을 다시 한 번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