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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치

윤희용이 김은주 당원에게 보냅니다.

잘못을 사과하는 건 사회생활의 기본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는 것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라 사회생활의 기본입니다. 기본을 지키지 않는 자들이 ‘운동의 신심’이니 하는 따위의 말을 해대는 것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보편적인 덕목부터 익히는 게 사회생활의 순서라 믿습니다.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관련한 전국위원회 파동 이후 한 동안 조용하던 김은주 당원이 국회의원 총 선거를 전후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작년 9월 25일 전국위원회 때 의장석을 점거하고 회의 진행을 방해한 것을 사과하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짧게 올렸습니다.

 

 

‘꼭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분들이 있는 반면 ‘당시 일어난 모든 일을 한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은 좀 보기 민망하다’는 반응도 있음은 물론입니다. 흔히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이번 기회에 모두가 책임을 통감하여 깊이 반성하고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하는데 이런 식의 주장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무책임의 극치입니다. 세상물정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당장 사과는 하지 않을지라도 가만히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몇 일을 고민하다 ‘김은주 당원의 사과’를 요구하는 글을 정식으로 올립니다. 이 후 쏟아질 온갖 말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나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씁니다. 무릇 개인이 아닌 공인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하고, 남의 비판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진보정당의 활동가라면 거론할 필요조차 없는 당연한 일이죠. 김은주 당원은 “평가는 사실에 입각해서 하셔야 한다. 의장석을 점거한 적 없고. 의장으로써 회의를 진행했을 뿐이다.”고 하는데 과연 그런가요?


자존감이 없는 사람은 남을 존중하지 않는다.


김은주 당원이 민주노동당과의 통합 논의가 무산된 후 조승수 씨가 사퇴하자 대표 직무대행으로 잠시나마 진보신당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었기에, 그 기간 동안 행한 모든 정치적 행위에 대한 비판을 달게 받는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건 우리 청소년 당원들도 잘 압니다. 대행 시절인 작년 추석 직전 ‘비상대책위원 참여 제안’을 받고 고민을 했습니다. 부족한 인간을 믿어 주는 게 고맙기도 했고요. 지금도 개인적인 불편이 없는 사이임은 물론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권한 대행시절 여러 가지 일이 벌어져 고민 끝에 9월 20일 하루 시간을 비워 중앙당을 찾아가 “비상대책위원 참여 제안이 고마우나 지역의 동지들이 만류해 참여하기 어렵다”며 정중하게 거절을 했습니다. 전화나 문자로 해도 되지만 당의 대표에 대한 예의를 지키려고 직접 전한 것입니다. 그 날 저녁 몇 중앙당 상근자들을 만나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묻자 눈물을 글썽이는 걸 보고 서로를 위로 했던 기억이 납니다.


김은주 당원이 정치활동을 재개할 의사가 있다면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사과부터 해야 합니다. 결자해지라 했습니다. 결코 남이 할 수 없음을 모르지 않을 겁니다. 자존감이 없는 사람은 남을 존중할 줄 모른다고 하죠. 많은 당원들에게 엄청난 상처를 주고도 사과할 줄 모르는 것은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것 아닌가요? ‘사람은 불의를 기뻐하지 않고 진리를 기뻐한다’는 신약성서를 가장 먼저 기록한 바울의 말을 사족으로 달면서 김은주 당원의 사과를 기다리겠습니다. 



덧 글: 당헌ㆍ당규를 개정해 전국위원회 의장을 대의원대회처럼 선출하면 해결될 일입니다. 대표가 겸임하는 건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있었던 것인데 회의 진행이 파행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통합민주당에서도 증명되었으며, 새누리당도 의장을 따로 선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