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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산골에서 오랜만에 느끼는 소통의 기운


 

먼저 자기 몸을 소통시키는 것부터 시작하자


약 6개월 만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복식호흡을 했습니다. 복식호흡을 하려면 산골만큼 좋은 곳이 없는데 무엇에 쫓겼는지 그냥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오랜만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으니 쥐가 나 첫날은 30분을 채 넘기지 못했습니다. 참고 견디면 시간이 흐르면서 저절로 풀린다는 걸 알면서도 중간에 포기했습니다. 추석 전 두 번 째 복식호흡을 했습니다. 공기 맑은 곳에 있어서 가래는 나오지 않았으나 이물감이 느껴지고 악취가 나와 계속 뱉어냈습니다.



조금 더 있으니 몸에 이상이 있거나 다친 쪽의 근육 주위에 뭔가 막혀 잘 흐르지 않는다는 느낌이 옵니다. 몸의 독소가 빠지거나 기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 막혔을 때 나타나는 명현반응입니다. 20분이 조금 넘자 다리에 쥐가 나 앉아 있기가 불편합니다. ‘오늘은 반드시 이 고비를 넘기자’는 오기가 발동해 참고 계속 호흡을 했습니다. 40여 분 가까이 되자 다리의 쥐가 풀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더니 다시 다른 부위에 쥐가 나기 시작해 참고 호흡을 계속했습니다.


이왕 시작한 거 ‘버티면 다리 쥐가 풀린다’는 경험이 나를 버티게 해 주었습니다. 계속하거나 반복해서 해 주면 인체의 막힌 곳이 뚫리면서 몸이 한결 편해집니다. 인도의 수행자들이 하는 정통요가는 무리한 동작을 많이 하지 않고 복식호흡을 가장 중요하게 여깁니다. 몸의 기가 흐르는 소통을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죠. 소통(小桶)을 국립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서로 소통하지 않으면 모두가 불행하다.


저를 오래도록 치료해온 주치한의사와 몇 번 진맥을 해 본 한의사는 “상초와 하초의 소통이 원활하기 않고 울화가 차 있다”며 꾸준한 치료와 운동을 권합니다. 치료는 자주 못하지만 대신 운동량을 많이 늘려 막힌 기를 뚫으려 노력합니다. 개인의 몸은 막혀 있을 때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소통을 시킬 수 있지만 사람과의 관계는 서로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남의 말에 전혀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만큼 자신감과 자존감이 없습니다.


자신이 당당한데 남의 충고를 거부할 이유가 없죠. 열등감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권력을 잡거나 사회 상층부에 자리 잡고 있으면 애꿎은 여러 사람이 고생하기 마련입니다. 열등감에 빠져 있는 것은 건강하지 않다는 증거이죠. 진보운동을 한다는 사람 중에도 남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독선적인 사람들이 일부 있습니다. 소통이 되지 않고 심리적으로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리 진보운동을 했어도 결국은 나락으로 빠지게 됩니다.


조상이 친일파였다면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조상이 비록 친일파지만 난 그렇게 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면 그 열등감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습니다. 저희 집도 증조부의 부일 행위를 고백하고 ‘부끄러운 집안’이라고 사죄하고 나니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박근혜 의원은 친일파의 딸로 애비 덕분에 호의호식하면서 살아왔습니다. 그런 사람이 사죄는커녕 아버지인 박정희 이야기만 나오면 목숨을 걸다시피 합니다. 계속 그렇게 하면 그 수렁에서 절대 벗어나지 못합니다.


자기 몸이 막힌 사람도 그냥 치료만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지 않습니다. 먼저 자기 문제를 들여다볼 줄 알아야 되고 용감하게 극복해야 합니다. 건강한 사회의식을 갖는 것도 매우 중요하죠. 마음의 병이라는 게 개인사에서도 오지만 사회에서도 오기 때문입니다. 둘 다 의식화를 해야 하는데 개인사를 ‘의식화하는 과정을 자기분석’이라고 한다면, 사회 문제를 의식화하는 것은 ‘사회의식화’라고 하는데 두 가지를 다 해야 소통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