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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추석날 아침의 특권 아침 7시니 차례 준비로 정신이 없는 추석 아침입니다. 제사를 지내지 않으면 마치 큰 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노심초사 하는 노인들이 계셔 대충 하는 게 용납되지 않습니다. 준비를 위한 모든 고생은 여성들이 하면서도 절은 남자만 하는 우리 집의 고약한 풍습은 남자인 제가 봐도 화가 납니다. 환갑이 가까움에도 어른들이 계셔 아직도 열외가 되지 못하는 큰 집의 형수, 바삐 움직이느라 정신이 없는 제수씨들, 공부에 정신이 없어 가사노동을 배우지 않아 할 줄 아는 게 없음에도 ‘다 큰 여자가 그것도 못 하느냐’는 할배들의 타박을 받는 질녀들의 바쁜 움직임이 눈에 선합니다. 조카 녀석들에게 ‘큰어머니와 누나들이 바쁜데 같이 안 하고 뭐 하느냐’는 말을 하는 게 눈치 보이는, 특히 명절의 우리 집 성차별은 아주 심합니.. 더보기
명절마다 싸움 붙이는 기독교 명절이 되면 멀리 떨어져 있던 친척들이 모여 같이 차례를 지내는데 종교적인 문제로 ‘절을 못하겠다’는 기독교(개신교) 신자들과 못 마땅해 하는 비신자 가족들이 다투는 모습을 지금도 봅니다. ‘야 이놈아, 넌 조상도 없느냐?’며 고함지르는 어른들과 ‘우상숭배라 절 할 수 없다’며 버티는 신앙의 지조를 지키는 꿋꿋하기 그지없는 사람들이 대치하는 장면을 집집마다 목격할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종교를 가진 우리 형제는 “제사를 못 지내게 하는 것은 우리 풍습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최고의 예의 표시인 큰 절을 이해하지 못한 서양인들의 무지를 붙들고 있는 걸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며 ‘우상숭배’라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어 명절이면 싸울 일이 없었습니다. ▲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