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농민

소변도 못 보는 여성 농업노동자들의 현실 지금 들판에는 추수를 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예전처럼 낫으로 벼를 베는 곳은 없습니다. 그렇게 일할 사람도 없는 게 농촌의 현실입니다. 제가 있는 경북 군위와 인근 의성 지역은 벼를 수확하고 양파와 마늘을 심느라 봄철 농번기 못지않게 바쁩니다. 서로 품앗이를 하는 집도 있고, 외부 인력을 구해 일을 처리하는 곳도 있습니다. 50대 후반에서 60대 여성들이 그런 일을 하는 농업노동자들입니다. 칠십대 할머니들도 더러 있습니다. 종일 일을 하면서 그냥 들판에서 소변을 보는 남자들과 달리 여성들은 점심 먹을 때가 아니면 화장실 가는 것도 눈치 보이는 게 현실입니다. 사람의 생리 현상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니 방광염 같은 병이 고스란히 오고 맙니다. 힘든 노동을 견디려면 막걸리라도 한 잔 해야 하건만 마을에서.. 더보기
철딱서니 없는 시골교회 목사 부부 몇 일전 이웃의 양파를 캐느라 정신이 없을 때의 일이다.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라면 팔십 노인도 들에 나온다는 철이다. 농번기를 가리켜 ‘부뚜막의 부지깽이도 일한다’는 속담도 있다. 뙤약볕에 한참 땀을 흘리며 양파를 캐는데 도시 사람 차림의 30대 중후반 부부가 음료수를 갖고 왔다. 더운데 누군가 권하는 시원한 물은 갈증을 조금이나마 푼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예수 믿고 구원 받으세요’라는 토를 다는 게 아닌가. 신앙생활 35년 가까이 한 내가 들어도 거북한 철없는 소리에 같이 일하던 비신자인 노인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이 앞섰다. 그 목사 부부는 산골 교회에 사는 도시 사람일 뿐 지역 주민과 함께 하려는 기본자세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마치 구원이란 선물을 자신들이 주는 .. 더보기
산골에서 느끼는 자연의 신비로움 단비가 온 뒤에 느끼는 자연의 신비로움 오랜 가뭄 끝에 단비가 내렸다. 다른 곳은 폭우가 쏟아졌다는데 이 곳은 땅을 조금 적시다 말았다. 버림받은 경상공화국이라 그런지 모르겠다. 축 쳐져 있던 농작물은 비를 맞자 싱싱하게 고개를 든다. 마을 어귀에 서 있는 나무 역시 마찬가지로 푸르름을 더해만 한다. 비온 후에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아무리 인간이 노력을 기울여도 안 되는 하늘에서 내려주는 비를 맞아야만 되는 창조질서의 신비로움을 느낀다. 역시 농사는 하늘의 도움 없이는 안 된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는다. 마당에 플라스틱 상자에 비닐을 깔고 부엽토를 담아 대충 심어 놓은 상추나 고추 역시 빛깔이 다르다. 그래서 철학에서 ‘모든 이론은 회색빛이요, 오직 영원한 것은 저 푸른 나무의 생명력’이라고 하는가.. 더보기
마치 전쟁터 같은 산골 농번기 지금 제가 있는 군위군 산골은 가장 바쁜 철입니다. 양파를 캐고 모내기를 하는지라 새벽부터 경운기 소리가 요란합니다. 면소재지에 가면 모르나 아이 울음소리가 끊긴지 이미 오래입니다. 다행히 이 마을에는 아시아 이민 여성의 4살짜리 아이가 있어 마을 사람들의 인기를 독차지 하고 있습니다. 읍내에 가도 이민 여성들과 그 아이들을 보는 건 흔합니다. 피부색이 다르다고 차별하지 말고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70대의 노인들이 일 하는 건 보통입니다. 쪼그려 앉아서 일을 하다 보니 꼬부랑 할머니가 많습니다. 연세가 있으니 쉬어 가면서 손자ㆍ손녀 재롱을 보며 노후를 보내야 하건만 일을 두고 가만히 있지 못하는 게 농민들의 정서이기도 합니다. 도시의 70대 노인들은 어지간하면 허리가 꼿꼿한 .. 더보기
창조질서를 거역하는 수탈농업대신 자연농업으로 제 철의 음식을 먹는 게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것 제 철에 난 채소나 과일을 먹는 게 몸에 이롭다는 건 누구나 안다. 참외나 수박을 3~4월에 먹은 지 이미 오래되어 어색하지 않지만 자연의 질서에 어긋난 것은 분명하다. 더운 여름에는 가을걷이를 한 후 뿌려 겨우 내 모진 추위와 눈보라에도 살아남은 보리밥을 먹는다. 시원한 기운이 있기 때문에 더위를 쫓는데 좋다. 쌀은 봄에 모내기를 해 무더위와 장마를 지나 낙엽이 질 무렵 추수를 한다. 다 자연의 질서에 따른 것이다. 이를 거역하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 ▲ 파프리카나 오이와 같은 특수 농작물을 재배하는 비닐온실. 전기를 비롯한 에너지 소비가 엄청난 공장이나 마찬가지다. 정부지원금을 둘러싼 비리도 엄청나다. 고추과 작물인 파프리카 농장에 가 보았다. 농장이.. 더보기
자연농업을 고집하는 우직한 농사꾼 화학 비료와 맹독성 농약 살포로 죽어가는 농토 농사나 사업이나 남들이 하지 않는 방식으로 해야 경쟁력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압니다. 그렇지만 막상 하려면 여간 힘이 들지 않는 게 사실입니다. 화학비료를 주고 병충해가 오면 바로 농약을 치는 농사가 ‘식량증산’이란 미명 하에 박정희 정권시절부터 이어져 왔습니다. 그 결과 갈수록 화학비료를 더 많이 줘야 하고, 내성이 생긴 해충을 잡기 위해 맹독성 농약을 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습니다. 농사지어 봐야 비료와 농약 값을 빼고 나면 별로 남는 게 없습니다. 토양이 산성화 되어 작물이 살 수 없는 지경에 왔지만 악순환은 되풀이 되고 있습니다. 이에 문제를 느낀 농민들이 유기농업에 눈을 떠 남들이 하는 않는 방식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에서 먼저 시.. 더보기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발악하는 산골에서 아침에 눈을 뜨니 눈 내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오는 봄을 그렇게 시샘하려는지 모를 일이다. 때가 되면 자신의 자리는 내어 놓고 떠나는 게 자연의 순리이건만 산골의 꽃샘추위는 눈발까지 덤으로 보태준다. 기상이변이 갈수록 심각하다는 것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수시로 비가 오고 눈이 내려 밭이 질퍽하니 들어가서 일을 할 수 없는 농심은 타 들어간다. 이렇게 날씨 때문에 일이 밀리다 보면 나중에 겹쳐 고생을 하기 마련이다. ▲ 막걸리 병에 막걸리와 벌레가 좋아하는 것을 넣어 유인해 술에 취해 잡는 방법으로 벌레를 퇴치하고 있다. 내가 있는 이 곳은 군위군 소보면인데 면소재지에서 무려 8킬로미터나 떨어져있다. 군위읍까지 가려면 7킬로미터를 더 가야한다. 자전거로 면소재지에 사러 나갔다 오면 물경 16킬.. 더보기
꽃샘추위가 발악하는 눈 내린 산골 토굴에서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경칩이 지났음에도 눈이 내렸습니다. 기상이변이 심각하다는 것을 계속 경고하는 것 같습니다. 양지 바른 곳에는 해가 뜨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이 녹았지만 음달에는 눈이 그대로 쌓여 있는 곳이 많더군요.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리고 추운 겨울이었는데 꽃샘추위마저 기승을 부립니다. 봄을 피하려고 마지막 발악을 하는 것이겠지요. 그렇지만 제 아무리 극성을 부리는 꽃샘추위도 오는 봄을 막을 재주는 없습니다. 연일 비가 내리고 눈이 내리니 땅이 질퍽해 밭에 들어가서 일을 할 수 없어 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속은 타 들어갑니다. 이렇게 일이 밀리기 시작하면 바빠서 해가 지도록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과수 농사를 하는 사람들은 전지작업을 잘 해 두어야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더보기
만추정(晩秋亭) 토굴을 찾아 온 귀한 손님들 토요일 낮 토굴에 귀한 손님들이 왔습니다. ‘초대하지 않느냐’는 강력한 압력을 미룰 수 없어 불렀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김치와 된장이 다 떨어져 ‘챙겨오라’고 오히려 큰소리를 친 거죠. ^^ 유통점에 파는 김치나 된장이 먹기 곤욕스럽다는 것은 다 압니다. 없으면 그거라도 먹지만 몇 일 단식을 하면서 속을 푼다고 된장 국물을 마셨더니 냄새가 역겨워 ‘집 된장과는 다르다’는 걸 절실히 느꼈습니다. 무엇이던 가리지 않고 잘 먹지만 몸의 반응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더군요. 역시 우리 몸은 ‘가장 정교한 기계’임에 분명하더군요. 그래서 무시무시한 칼 막스 선생도 ‘사람은 물질이 낳은 최고의 산물’이라고 했나 봅니다. 예전에는 단식을 하면 그냥 맹물만 마셨는데 요즘은 효소단식을 많이 합니다. 피를 맑게 하고 장.. 더보기
도시화 되어가는 시골 면소재지 제가 지금 와 있는 곳은 성주군 월항면 외딴 곳입니다. 면소재지까지는 5킬로미터 가까이 넘게 가야할 정도로 멀지만 초전면이 더 가까워 생활권은 초전 쪽입니다. 유난히 추운 겨울이지만 비닐하우스로 온 들판이 물결을 이룹니다. 제 철에 나는 농작물을 먹어야 건강하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 곳이 되어 버렸습니다. 특수작물 재배로 돈 벌이가 되니 마다 할 사람도 없으려니와 농민들도 익숙해 철 따라 농사짓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초전면도 교통이 그리 편리한 곳은 아닙니다. 소재지를 돌아봐도 젊은이는 가물에 콩 나듯 하고 노인들이 대부분입니다. 더러 낮부터 술에 취해 고함을 질러대는 단골손님도 눈에 보이는 걸 보니 역시 농촌인가 봅니다. 중학교가 있으니 아이들이 없지 않지만 갈 곳이라곤 피시방뿐입니다. 도시에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