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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년

앞산꼭지들과 건설노조 총회를 다녀와서 27일 오후 일박이일 특별 휴가를 받았다. 앞산꼭지 중 가장 젊은 아름다운 청년 조인재 꼭지와 교대를 하고 집으로 갔다. 일단 밀린 빨래부터 하는 게 돌아온 싱글이 남들에게 추하지 않게 보이는 방법이다. 탈수를 해 놓고 빨리 마르라고 건조대를 방으로 옮겨 늘어놓았다. 어른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나니 별로 할 말이 없어 조용히 빠져 나왔다. 자식 하는 일이 못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그냥 져 주기만 하시는 부모님들. 예전에는 어렵게 사는 조카나 질부들에게 늘 주면서 살아오신 어른이 그러지 못해 속이 많이 상해 계신다. 어디가도 밥값 먼저 내야 마음 편하고, 막걸리 한 잔 사던 분이 그러지 못하니 그 심정이 오죽하실까 싶다. 형편이 넉넉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누구 애와 질부는 요새 우.. 더보기
앞산에서 정월 초 이튿날 보내는 편지 어제는 설이었다. 아무리 어렵다 하지만 모여서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며 제사를 지낼 텐데 또 빠지고 말았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없는 게 우리네 인간사이기에 한 쪽을 버리지 않을 수 없어 달비골 입산을 택했다. 이제 이골이 난 어른들께는 덜 미안하지만 자식에게는 고개를 들기 어렵다. ‘내리 사랑’이라고 했듯이 자식 앞에는 꼼짝 못하는 게 부모 된 자의 심정이요 현실인 것 같다. 숙모나 삼촌이 잘 챙겨 주기에 조금은 편하지만 그래도 편치 않다. ‘하늘의 해와 같은 사람’이 되라고 해린이라 이름 지은 우리 딸, 밝은 해가 떠오르면 어두운 밤은 멀리 달아나듯이 이웃에게 밝고 기쁜 소식을 전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기도를 늘 한다. 어릴 때부터 자기 것도 못 챙겨 고종 동생에게 빼앗기며 울기만 한 녀.. 더보기
앞산 달비골 상수리나무 위에서 맞이한 기축년 설날 아침 이것저것 좀 하다 보니 새벽 5시가 넘어 버렸습니다. 그러고 보니 설날 새벽을 뜬 눈으로 맞이하고 말았습니다. 아직도 제 본가에서는 섣달그믐날 부터 불을 켜 놓고 맞이합니다. ‘우리 풍습’이라는 아버지의 고집 때문에 어머니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지요. 오래도록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어 정신과에서 처방해 준 약을 먹지 않으면 몇 일 동안 날밤을 지새울 때가 하루 이틀이 아닙니다. 겨우 선잠을 좀 자다 바스락 하는 소리에 깨는 고통은 무척이나 저를 괴롭히곤 하지요. ‘고혈압 약 먹는 셈 치고 잠자는 게 훨씬 낫다’는 주치의사의 말을 떠 올리며 스스로를 위안 해 봅니다. 인터넷 검색을 하다 서울 용산 참사를 당한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보니 울분이 받쳐 올라옵니다.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 지경이 되었는지 갑갑하기.. 더보기
앞산에서 설날 아침에 형님 두 분을 떠 올립니다. 사용ㆍ광용 형님, 두 분이 세상을 떠난 지 20년이 되었군요. 그 동안 하늘나라에서 편히 잘 쉬고 계시는지요? 게을러터진 인간인지라 형님들 묘소에 성묘조차 제대로 못 하며 인간 구실 못하고 사는 동생을 나무라주십시오. 저는 이번 설에 제사도 같이 지내지 않고 달비골 상수리나무 위에 올라와 있습니다. 지켜야할 소중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확신을 가지고 일을 하는 사람은 복이 있다’는 사도 바오로의 고백처럼 입산을 했습니다. 전형적인 정경유착인 민자유치사업으로 대구의 심장부인 앞산을 파헤치려는 미치광이 짓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벌목 작업을 막기 위해 나무 위에 작은 집에 살고 있는 셈이지요. 여기를 ‘대구시립기도원’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 한겨레신문 사진부 김태형 기자가 취재 후 보도로 나간 사진이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