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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생태

4대강 바닥 함부로 팠다간 유해물질 ‘활개’

 

30여년 산업화과정서 다량 깊이 쌓였을 가능성

어디 얼마 있는지 불확실…물에 녹을 땐 ‘독극물성’로 변질


지난해 5월15일 미국 환경보호청은 역사적인 허드슨강 준설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제너럴일렉트릭(GE)사가 1947년부터 30년 동안 유출한 유해화학물질인 피시비(PCB)에 오염된 9㎞ 구간의 하천퇴적물을 앞으로 6년에 걸쳐 퍼내기로 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오염사실이 알려지고 낚시금지 조처가 내려진 뒤 준설에 이르기까지 무려 25년의 검토기간이 걸렸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사례는 앞으로 2년 안에 전국 4대강의 상당부분을 대대적으로 준설하겠다는 정부의 계획과는 극명하게 대조된다.



주요 하천의 준설이 조심스러운 이유는 하천 바닥 어디에 얼마나 많은 오염물질이 들어 있는지 불확실한데다, 그것이 생물에게 끼칠 영향을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는 “지난 30여년 동안 산업화 과정에서 배출된 다량의 유해물질이 퇴적물 형태로 강바닥에 격리돼 있다가 이를 어설프게 휘젓는다면 수질오염과 생태계 파괴의 시한폭탄을 건드리는 셈”이라며 “허드슨강의 사례를 되새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흡입식 준설ㆍ방지막 설치로 피해 없을 것’이라고 강변


실제로 겉은 멀쩡해도 퇴적물 속에는 오염이 심한 현상이 쉽게 발견된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달성보 건설현장의 퇴적물을 분석한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1990년대 중반 이후 깨끗해진 금호강 영향으로 표면 모래는 깨끗했으나 밑에 약 2m 깊이의 오염된 퇴적층이 있었다”며 “금호강 유역의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산업폐수의 영향이 깊은 퇴적물에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국회의원들이 의정활동의 일환으로 오염물질을 채취하는 것을 수자원 공사가 막은 것은 켕기는 구석이 있다는 증거다.


이번 국립환경과학원의 검사 결과에서 전반적으로 중금속과 유해화학물질의 오염도가 높지 않지만 일부 중금속과 특정 지점에서 높은 농도를 보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이 조사는 퇴적층의 표면을 중심으로 조사한 것이어서, 4대강 사업에서 5~6m 깊이로 준설할 때 어떤 결과가 빚어질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 준설로 녹아난 중금속이 상수원을 오염시킬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국토해양부는 2일 발표한 보도 자료에서 “하천이 산성일 때 일부 중금속이 소량 녹을 수 있으나 자연 상태에서 중금속 용출은 거의 없다”는 뻔한 거짓말을 했다.


그러나 대대적 준설로 바닥에서 ‘잠자던 중금속이 물속에 녹아나올 수 있는 연구결과도 있다. 황경엽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박사 등이 낙동강 퇴적물 속 중금속의 용출 가능성을 조사한 결과, 여름철 집중호우와 태풍 등으로 퇴적물이 교란되면 중금속이 녹아나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에 참여한 황인성 부산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산소가 없는 땅속에서는 중금속이 황과 결합해 물에 녹지 않지만 홍수 등의 이유로 교란되면 산소와 만나 중금속의 황화물이 물에 녹는 형태로 바뀐다”며 “그러나 중금속의 용출량이 수질에 큰 영향을 끼칠 정도로 크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준설로 홍수가 장기간 계속되는 상황을 묻는 질문에 “퇴적물이 교란되지 않도록 준설을 얼마나 조용히 하느냐에 달렸다”고 답했다. 정부는 육상준설은 가물막이 안에서 이뤄지고, 수중준설은 흡입식인데다 이중으로 오탁방지막을 설치해 흙탕물을 차단하기 때문에 “수중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자신하지만,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물에 녹은 중금속을 흙탕물로 제대로 못 거르는 오탁방지막으로 잡아둘 수 없다는 것이다. 4대강 삽질은 묻혀 있던 오염물질을 밖으로 드러내는 위험한 사건임이 드러났다. 삽질을 즉각 중단해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겨레신문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