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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와 국제

현대 회장보다 못한 이명박 정권의 대북 협상

 

현대 현정은 회장이 방북해 137일 동안 억류 중인 직원을 ‘강제추방’ 형태이긴 하지만 석방하도록 공을 들였다. 미국은 국경을 넘은 혐의로 억류 중인 기자 2명 석방을 위해 전 대통령이 방북할 정도로 극진한 노력을 했다. 손 놓고 마냥 기다리기만 한 이명박 정부와는 너무 비교된다. 요즘 통일부장관은 할 일이 없어 산하 기관 순시를 다니는 게 일과라고 할 정도로 대북 정책은 실종해 버렸다. 강경 일변도로 ‘까불면 너희들 그냥 안 둔다’는데 대화한다면 그야말로 정신 나간 사람들이다. 정부가 해결하지 못한 중요한 대북 사업을 한 기업인이 성사시켰으니 체면 다 구긴 셈이다.


▲ 평양 방문을 마치고 귀환한 현정은 현대회장이 17일 오후 경기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약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한겨레 김태형 기자)

 

이명박 정부는 속으로 반가워하면서도 마지못해 받는 시늉을 하는 것 같다. 정부의 정책의 일관성이 없고, 협상 능력이 이 정도 밖에 안 된다면 집으로 가는 게 맞다. 이 자리에서 현 회장은 이날 발표된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재개 등 현대와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간의 5개항 합의 외에 우리 정부에 전하는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현 회장은 이날 경의선 출입사무소로 귀환한 뒤 ‘발표된 합의사항 외에 김정일 위원장이 별도로 제안하거나 요청한 것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발표한 것 외에는 다른 것은 없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는 “김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오간 다른 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지금 밝힐 사안이 아니다”며 즉답을 피해 갔다. 현 회장은 북한 방문 중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금강산 관광의 조속한 재개 및 비로봉 관광 개시, 금강산 관광 편의와 안전 보장 ▲육로통행 및 체류 관련 제한 해제 ▲개성관광 재개 및 개성공단 활성화 ▲백두산 관광 개시 ▲추석 때 남북 이산가족 상봉 등 5개항에 합의해 공동 보도문을 채택했다. 이를 통일부는 ‘민간 차원의 협력’이라며 애써 낮추어 표현할 정도로 인색하다. 현대라는 재벌이 계속 밑지는데 장사를 할 정도로 돈이 쌓여 있고, 한반도 통일에만 기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이다.


장기적으로 남기에 ‘계속 투자하겠다’는 게 사업 방침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현대 현정은 회장 집안의 친일 내력을 알기에 매우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것을 누구보다 더 잘 아는 북한이 아무리 민간 차원이라고 하지만 대화하고 협상을 했다. 그만큼 북한의 살림살이가 어렵다는 증거다.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의 말처럼 ‘북한의 탁월한 협상력’은 미국조차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로 정평이 나있다. 기업 회장이 방북해 협상을 하는데 남쪽은 미국과 ‘북한 침략전쟁 훈련’을 할 정도로 이명박 정부의 외교력은 영점이다. 제발 천국이라도 좋으니 이명박 정권이 얼른 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