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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앞산꼭지가 또 겪은 자전거 타는 서러움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 보면 차의 횡포에 이만저만 시달리는 게 아닙니다. 작은 경차부터 대형트럭까지 온갖 차들이 약자인 자전거를 무시합니다. 몇 일 전 더위가 심한 날 평소처럼 야광조끼를 비롯한 안전장구를 갖추고 도로 맨 우측에서 열심히 달리고 있는데 요란한 경음기 소리가 들리더군요. 워낙 많이 들어 일일이 신경 쓸 수 없어 그냥 무시하고 가는 게 편해 못 들은 척 하고 그냥 갔습니다. 도로교통법에 ‘자전거는 가장 우측에서 차와 같은 방향으로 주행한다’고 분명히 명시되어 있건만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거추장스러운 장애물로 보는 게 현실입니다. 상대적인 약자를 철저히 무시하는 거죠.


▲ 내 자전거는 빨간 색 계통이라 몇 년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고가품 취급(?) 받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물론 수시로 닦으며 녹을 제거하곤 해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렇게 보이기도 한다.


우회전 하면서 갑자기 끼어들어 통행을 방해하는 차에 비하면 그래도 경음기 소리라도 내주는 게 양반이죠. 문제는 너무 크게 내어 사람을 놀라게 하고 갑자기 고속으로 자전거 옆으로 달려 사고의 위험이 높아 하루에도 몇 번이나 가슴을 쓸어내리는지 모릅니다. 죽전네거리에서 시내 방향으로 부지런히 페달을 밟으며 가고 있는데 요란하게 경음기를 울려대는 차가 있었습니다. 평소처럼 무시하고 법을 준수하며 달리는데 옆을 지나며 창문을 내리더니 ‘야, 여기 자전거 도로 아니다’며 반말에 고함까지 지르는 승합차 운전자 때문에 순간적으로 감정이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야, 법이나 알고 그런 소리하냐. 왜 경음기는 크게 울려. 당장 차 세워”라며 차 번호를 부르며 따라 갔더니 그만 달아나더군요. 종일 잘 참아왔는데 수위 조절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아마 자전거 동호회원들 처럼 값비싼 복장을 하고 여럿이 타고 갔더라면 비싼 자전거란 생각에 피해 갔을 사람이 가벼운 등산복 차림에 바구니에 가방까지 넣어 타고 가니 아주 우습게 본 모양입니다. ‘콩 한쪽도 나누어 먹는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나눔이 일상화된 우리 민족이 왜 이리 약자를 무시하고 짓밟는 짓을 스스럼없이 해대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람을 알려면 ‘그 사람이 아래 사람을 어떻게 대하느냐’를 보고 그 사회를 알려면 ‘소수자를 얼마나 배려하느냐’를 보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거의 빵점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구한말을 지나고 일제 식민지배와 분단과 한국전쟁의 아픔을 겪으면서 ‘강해야 산다’는 승자독식의 이데올로기가 강력하게 주입된 탓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무리 건강도 좋지만 하루에 여러 번 생명의 위협과 쌍욕까지 들어가며 자전거를 타려니 속이 상합니다. 그래도 ‘난 자전거를 타야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 오늘도 내일도 내 몸이 허락하는 한 자전거 페달을 밟으려 합니다. 왜냐고요? 잃는 것 보다 얻는 게 더 많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