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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ㆍ경제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에 백원우 의원만 분노한 게 아니었다.

 

▲ 살해의 위협이 있는 것도 아닌데 대통령 경호원들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을 정도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엉망이 되어 버렸다.

이번 국민장에는 슬픔만이 가득했던 게 아니었다. 분노도 그 못지않음을 우리는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의 사태를 만든 것이 어떻게 보면, 정치보복이라고도 할 수 있는 사안이었기에, 사람들의 분노는 당연한 것이었다. 국가 의전서열 1위인 이명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만큼은 환영받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영결식 시작 4분 전인 오전 10시 56분 김윤옥 여사, 정정길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도착해 귀빈석 맨 앞줄 중앙에 자리를 잡았다. 사단은 이 대통령 헌화 순서에서 일어났다. 낮 12시 2분께 사회를 맡은 송지헌 아나운서가 유족들의 뒤를 이어 이명박 대통령의 헌화 순서를 알리자 갑자기 귀빈석 오른쪽이 소란스러워졌다.


백원우 민주당 의원은 귀빈석 앞줄 오른쪽에서 달려 나가며 “이명박 대통령, 사죄하십시오, 무슨 자격으로 헌화합니까?”라며 고함을 질렀다. 백 의원이 뛰쳐나가자 영정 오른쪽과 귀빈석 뒤쪽에 서 있던 청와대 경호관 십여 명이 달려들었다. 청와대 경호관들은 곧바로 백 의원의 머리와 배를 붙잡고 입을 틀어막으며 경복궁 동문 방향으로 끌어냈다. 이 순간을 이 대통령은 그저 놀란 눈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이 상황은 공중파 중계상에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카메라를 고정하여 방송되지는 않았지만, 뒤에서 야유와 무엇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나는 등 영결식장은 분노로 가득 차 경호원들이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백 의원이 끌려 나가자, 유족 측 초청인사로 영결식장 뒤에 앉아있던 참석자들도 대부분 일어섰다. 이들은 경호관들을 향해 ‘그냥 놔둬라’, ‘손대지 마라’고 소리쳤다. 이 대통령을 향해서는 ‘살인자’, ‘무슨 자격으로 헌화하느냐’, ‘여기서 나가라’는 비난과 고함이 쏟아졌다. 민주당 당직자들과 기자들도 현장에 갑작스럽게 몰려들면서 장내는 일순간 혼란에 빠졌다. 이 상황을 보면서 ‘백 의원이 무슨 죄라고 저런 말조차 못하게 하는 이명박 정권’이 한스러웠다. 이 대통령은 헌화가 끝나고 영결식이 끝나자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추모사도 못하게 막아 버린 걸 보니 얼마나 불안해 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임에 분명하다.


무엇이 그렇게 두려워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고함 한 번 지르기로서니 입을 틀어막는 개망나니 짓을 해대는지 모를 일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변자인데 이는 국민들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은 것이다 마찬가지다. 경호의 특성상 다른 곳으로 조용히 모시고 나가면 될 것을 굳이 입을 막아야 하는지 정말 딱한 이명박 정권이다. 김대중ㆍ김영삼 전 대통령도 헌화에 나섰다. 이어 권양숙 여사와 노건호 씨 등 유족 앞으로 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오열하며 애도했다. 김 전 대통령의 눈물을 가까이서 지켜본 임종인 전 의원은 “헌화를 한 주요인사 중에 유일하게 김 전 대통령만 눈물을 흘리는 것을 봤다”면서 반면 1997년 외환 위기로 국가 부도를 낸 김영삼 전 대통령은 아무런 말  없이 자리로 가 앉아 대조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