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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생태

앞산을 지키던 어느 날 밤과 아침

 

 

어제 당번이라 농성장을 지켰습니다. 전혀 반갑지도 않은 정보과 형사가 나타나 특유의 능글능글한 말투로 헛소리 하는데 구역질이 나서 참느라 혼났습니다. 아직도 정보과 형사의 요시찰 대상인 걸 보니 앞산꼭지들이 대단한 모양입니다. 별로 알고 싶지도 않아 인사를 하지만 퉁명스럽게 쏘아 버리고 말았습니다. 몇 마디 해 봐야 소설(보고서) 쓰는데 이용될 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에 지금처럼 직접 부딪칠 경우 거리를 두는 게 좋다는 게 지금까지의 경험입니다. 낮에는 초여름 날씨라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고민을 했는데 밤이 되자 골 들머리 특유의 찬바람이 불어 닥치더군요. 추위에 떨지 않으려니 어쩔 수 없이 온풍기를 돌렸습니다.



전자파가 몸에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니 어쩔 수 없지요. 장기간 전자파에 노출되어 생활한지라 피로 회복이 예전과 같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럴 때는 공기 맑은 곳에 가서 흙을 밟으며 미지근한 온돌방에 몸을 눕히는 게 최고인데 그럴 여건이 되지 못하니 아쉽기만 하네요. 새벽에 눈을 뜨니 골바람이 제법 불어 초여름 날씨에 노출되어 있던 몸이 움츠려 들기 시작합니다. 이제 봄 날씨로 돌아간다는데 그 동안 기상이변으로 감기몸살을 앓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더군요. 가벼운 감기로 조금씩 앓아서 그런지 심한 몸살을 앓지는 않고 있습니다.


일찍 일어나 달비골을 한 바퀴 돌고 왔더니 곳곳에 반가운 봄기운이 완연하더군요. 바위틈을 비집고 자란 라일락이 참 보기 좋더군요. 자연의 생명력이 이렇게 질기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하늘은 이렇게 자연을 통해 우리 인간들에게 계절의 변화를 느끼면서 살아가도록 창조했건만 이런 질서를 파괴하는 무리들이 있으니 그저 화가 날 뿐입니다. 새싹이 나고 꽃이 피는 봄날이건만 한 곳에서는 파괴하는 작업이 계속되어 더 화를 돋우고 있으니 분통이 터지기만 합니다. 왜 이런 미친 짓을 돈 들여가면서 하는지 그들을 붙들고 묻고 싶습니다. 권력과 건설자본의 야합이 만든 전형적인 정경유착에 환경 파괴까지 덤으로 얹혀 놓았으니 이 벌을 어떻게 받으려는지 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