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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용산참사 살인진압 ‘경찰의 잘못없다’는 검찰 발표는 2차 살인

 

검찰은 정답을 내 놓고 수학문제 푼 것과 마찬가지


서울 용산 세입자들에 대한 경찰의 살인진압 검찰의 수사 결과는 몇 차례 미룬 끝에 발표했으나 역시 ‘권력의 주구’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합니다. 수학 문제의 답을 내 놓고 문제를 푼 것과 전혀 다를 바 없어 국민들이 받아야 할 ‘국가의 보호에 대한 권리’를 사정없이 빼앗아 버렸습니다. 그야말로 잔인하기 그지없는 아주 파렴치한 짓을 검찰이 국민들을 향해 자행하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사람이 6명이나 죽었는데 죽인 무리들에게 책임을 면해 주고, 오히려 ‘자살한 것’으로 몰아간 검찰의 처신은 ‘이명박 정권의 사냥개’임을 과감히 자청하고 나선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느 인터넷신문은 이번 검찰의 수사 결과를 ‘이명박 대통령이 수사하고, 검찰이 발표만 한 것’이라며 비난했는데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검찰로부터 면죄부를 손에 움켜쥐자마자 용산 살인진압의 실질적인 최종 책임자인 김석기는, 2월 10일 11시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는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눈물까지 흘리는 연기를 해 졸지에 참혹하게 가족을 잃고 비통에 처한 유가족들의 가슴에 또 한 번 대못을 박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잘못이 없는데 왜 무슨 도의적인 책임을 진다는 말인지 김석기에게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작년 촛불집회 이후 경찰은 ‘권력의 사냥개’라는 유전자가 그대로 살아나 국민들을 향해 폭력을 휘두르는 만행을 서슴지 않다가 결국 죽이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억울하게 죽은 그들은 평범하게 식당을 운영하거나 생맥주집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온 우리 이웃들입니다. 강제철거만 일어나지 않았어도 남들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 살아갈 정도의 밥벌이는 했던, 남들로부터 ‘사장’이란 소리 들으면서 산 소시민들이었습니다. 수십 년을 그 곳에서 정 붙이고 살아오면서 자식 키우고 공부시킨 우리들의 이웃인 아저씨요 아주머니들이지 결코 ‘도심의 테러리스트’가 아닙니다. ‘경제를 살린다’는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찍은 그들이지만 ‘이명박을 찍은 내 손목을 자르고 싶다’고 할 정도로 배신감과 분노에 가득 차 있습니다. 용역 깡패들에게 칠순의 노인이 며느리 앞에서 급소를 걷어차이는 수모를 당하고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건만, 아무리 불러도 그들은 오지 않아 용산지역은 그야말로 ‘무법천지’가 되어 있었으니 그 동한 무심했던 우리들에게도 책임이 없지 않습니다.



김석기 사퇴는 공안 통치를 위한 각본에 의한 연출일 뿐


▲ 경찰청장 사퇴를 밝히는 용산참사 살인진압의 책임자인 김석기 서울경찰청장, 청와대의 원세훈 국정원 내정자에 대한 불똥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한 수순이란 게 일반적인 견해다. (사진: 한겨레신문)


용역깡패들의 배후에는 개발로 엄청난 이익을 얻는 건설자본인 삼성과 대림산업, 포스코건설이 똬리를 틀고 있음이 드러났습니다. 돈 벌이에 혈안이 되어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없는 천박하기 그지없는 건설자본이 원인제공자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국가권력과 경찰력은 그들의 하수인이자 머슴이었을 뿐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한다는 기본 임무는 이미 저 멀리 달아나고 없었습니다. 망한 건설회사의 최고 경영자였던 이명박의 머리 속에는 건설회사만 배 불리고 잘 돌아가면 경제가 살아난다는 구시대적인 망상과 착각이 굳게 확신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수치상으로만 발전될 뿐 국민들의 실질적인 삶의 질은 오히려 떨어진다는 것을 모르는 무식한 발상이죠.


김석기의 사퇴는 행정안전부장관으로 정치적인 책임을 져야하는 원세훈 국정원장 내정자에게 불똥이 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연극으로 이미 정해진 수순이라 그리 놀랄 일도 아닙니다. 군사독재정권 시절처럼 공안 통치로 몰아가기 위해 국정원을 국내 정치에 깊이 개입시켜 영구 집권을 획책하려는 한심하기 그지없는 한나라당의 음모와 이해관계가 일치하기에 한나라당만 검찰의 수사 결과를 대환영해 ‘과잉진압에 대한 경찰의 책임이 있다’는 국민들의 일반적인 정서조차 모르고 있습니다. 경찰내부에서 조차 ‘무리한 진압’이라고 할 정도인데 검찰은 이런 것 조차 무시하고 이명박을 향한 일편단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 이명박 정권과 그들의 주구인 검찰ㆍ경찰에게 일말의 희망조차 가질 수 없다는 게 고스란히 드러났으니 미련을 떨쳐 버리고 주권자인 국민의 권리를 찾는 일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됩니다. ‘짱돌을 들고 바리케이드를 치고 거리로 나와 우리들의 민주주의를 찾는 것’ 만이 유일한 해결책임입니다. 대의민주주의를 말살시켰으니 직접민주주의를 통해 우리들의 권리를 찾아야 합니다. ‘그렇게 해도 같은 놈이 되는 것 아니냐’는 패배 의식은 버려야 합니다. 직접 민주주의의 힘을 본 권력은 국민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에 주권자들의 구체적인 힘을 보여주는 것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습니다. 폭력 앞에 저항하는 것은 정당방어일 뿐 결코 폭력이 아닙니다. 4월 혁명과 87년 6월 항쟁과 7~9월 노동자 대투쟁 역시 정당방어가 없었다면 결코 불가능했다는 것은 상식임을 우린 잘 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