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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젊은 놈에게 × 같은 욕을 먹었다.

 

젊은 녀석에게 배가 터지도록 욕을 먹었다.


오늘 난생 처음 젊은 녀석으로부터 온갖 쌍욕을 얻어먹었다. 하도 욕을 많이 먹어 오래 사는 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 사연이 어떤지 궁금한 분들은 그 현장으로 가 보도록 하자. 아침 일찍 일어나 컴퓨터로 작업을 하고 있는데 옆집 어른이 찾아오셨다. 몇 년 전 사고로 발목을 다쳐 걷는 게 불편한 분이지만 가까운 곳은 걸어 다니고, 휠체어는 커녕 목발을 안 짚어도 되는 분이다. “의료기기상에서 건강보험공단에서 지급하는 전동휠체어를 주겠다”는 전화가 왔다는 것이다.



순간 ‘사기 전화’라는 느낌이 들었다. 칠십대 중반의 연세임에도 그 시절 고등학교도 나오시고, 삶의 지혜가 있는 분이라 면사무소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에게 전화를 했더니 “그런 일이 없으니 주의하시라”는 말씀을 들었다고 한다.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 말이 맞습니다. 오면 바로 연락을 주시라”라고 해 놓고 작업을 했다. ‘왔다’는 말에 카메라를 검은 비닐봉지에 감추어 나갔다. 묻는 말에 답은 하지 않고 ‘그냥 준다’면서 일방적으로 자기 말만 늘어놓는 황당한 영업사원이었다.


하도 어이가 없어 뻔히 알면서도 건강보험공단에 전화를 해 문의를 했더니 ‘그런 일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러자 갑자기 쌍욕을 퍼부으면서 삿대질을 해대어 염장을 질러대는 게 아닌가. 이럴 때 같이 욕 해대면 싸움만 나고 소기의 성과를 전혀 얻지 못하고 사건은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되기 마련이라 꾹 참았다. 거기에다 정중하게 ‘반말하지 마시라’는 말까지 해 가면서. 무엇보다 증거 확보가 필요할 것 같아 차를 사진 찍었더니 거품을 물며 더 설치는 꼴이 가관이었다.


거실까지 신발신은 채로 들어온 무례한 녀석


싸움이 벌어질 것 같아 받은 명함을 들고 집안으로 들어왔더니 따라 들어와 ‘나가라. 주거 침입으로 신고한다’고 분명히 말했음에도 거실까지 신발을 신은 채로 들어와 화가 치솟아 바로 112에 ‘주택 무단 침입자 신고’를 했다. 그래도 그 젊은 녀석의 동서남북 온갖 쌍욕과 언어폭력은 멈출 기미가 없었다. 신고 전화를 잘못 받았는지 경찰은 반대 방향으로 출동한 모양이었다. 이럴 땐 112 전화를 제대로 못 받은 사람이 밉기도 하다.


‘범인이 도주하고 있으니 빨리 오라’고 하자 ‘차량번호와 도주 방향을 정확히 기재해 놓으라’기에 느긋하게 기다리자 회사에 전화를 한 그 녀석은 도망갈 작정을 했다. 다행히 순찰차가 오는 방향이라 바로 잡혔다. 집 앞에 경찰관이 도착하자 “무단 주거 침입 현행범으로 신고하니 조치해 달라”고 의사를 밝혔다. 경찰이 와도 그 친구의 막말 행진은 계속되었다. 장애가 있는 분들의 개인 정보를 빼내 ‘본인부담금을 대납해 주고 전동휠체어를 드린다’는 수법으로 사기를 치는 흔한 일이다.


‘점심 한 끼도 공짜가 없다’는 건 상식이다. 손해 봐가면서 장사할 인간이 어디 있단 말인가? 시골에 살거나 홀로 사는 노인들은 정중하게 병원으로 모시고 가서 의사의 진단서까지 받아 주고, 집에 다시 데려다 주니 넘어가는 게 다반사다. ‘그런 전화오면 바로 연락해 달라’고 수 차례 말해도 당하고, 싸구려 전동휠체어를 받고 사용하다 고장이 나서야 연락 오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면이나 동사무소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이 아무리 말해도 잊어버리기 일쑤다.



무단 주거 침임 현행범으로 신고


‘현행범으로 신고하니 조치해 달라’고 의사를 분명히 밝히자 경찰도 어쩔 수 없이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 적당히 사과만 해도 112에 신고까지 갈 생각도 없었는데 억지를 넘어 심한 모멸감까지 주는 언어폭력을 당하고 보니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출동해 보니 젊은 녀석의 앞뒤가 안 맞는 소리에 경찰관도 어이가 없는지 “당신이 법을 위반한 게 맞다”며 “지구대로 가야 조서 작성이 가능하다”기에 바로 전화기와 지갑을 챙겨서 순찰차에 동승했다.


있는 민원이나 사건은 빨리 처리하고, 새로운 민원이나 사건은 최대한 줄이려는 게 공무원의 특성이다. ‘어지간만 해도 그냥 넘어가겠는데’라고 하자 ‘도착해서 조서를 꾸미면서 달래 볼 테니 잘 판단해 보시라’는 말을 넌지시 던진다. 사건이 발생하면 조서를 작성해 경찰서 수사과에 올려야 하고, 다시 확인 후 검찰의 지휘를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큰 사건이나 피해자가 강력히 주장하지 않으면 줄이려는 게 당연한 사람의 심리다. 20킬로 미터를 오가야 하는 나도 귀찮은 건 마찬가지다.


아무리 밉다 해도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를 전과자로 만들 순 없어 ‘적당한 선에서 사과만 하면 없던 일로 하겠다’고 하자 얼굴이 확 달라졌다. 협상은 서로 당기다가 적당한 선에서 양보하는 게 기본이다. 도착 후 휴게실에서 30여 분 가까이 기다리자 풀이 꺾인 그 친구가 들어왔다. 순찰차를 탈 때까지만 해도 기고만장하던 그 기백은 간데없고 기가 팍 꺾인 기색이 완연하다. “너 전과자 될래? 개인정보 불법 취득까지 포함하면 벌금 엄청나게 나온다”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국민의 건강을 국가가 방치한 결과로 발생한 사건


풀이 꺾인 기색이 뚜렷하기에 두 가지를 요구했다. “아무리 낡은 집이지만 내가 사는 집에 무단으로, 그것도 신발을 신은 채로 침입한 것과 언어폭력에 대해 사과를 해라.” 그리고 “이런 일로 소보면 일원에 두 번 다시 오지마라. 농촌은 워낙 빤해 소문이 굉장히 빠르다.”고 했더니 정말 왕초보인 게 드러났다. 취직이 워낙 안 되니 ‘의료기 영업으로 수입이 좋다’는 유혹에 넘어간 것 같다. 능구렁이 같으면 말도 조심할 텐데 마구 설치는 걸 보니 완전히 초보자다.


이왕 시작한 말이니 “난 작년에 자전거로 전국 일주를 할 정도로 체력이 좋다. 젊은 놈 두 어 명은 흔적도 없이 제압할 수 있다.”며 겁도 주었더니 순한 양이 되어 버렸다. 그러면서 “언어폭력도 분명한 폭력이다. 내가 녹취를 했더라면 가중처벌 받는다. 급소를 눌러 제압을 하지 않은 것은 농촌이라 안 좋은 소문 날까봐 그랬다.”며 ‘운 좋은 줄 알아라’고 하자 ‘살려 달라’며 무릎을 꿇으려 했다. ‘과도한 사과는 싫다’며 거절했다. 충분한 사과를 받은 것 같아 취하의사를 밝히고 나왔다.


국민들의 의료와 건강 문제를 국가가 책임지면 이런 사건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사고로 후유장애가 있는 사람을 꾸준히 관리한다면 이런 사기는 꿈도 꾸지 못한다. 명색이 세계경제규모 13~15위 국가라면서 사회복지의 가장 기본인 국민들의 건강 문제를 팽개쳐 버리고 ‘당신이 알아서 하라’고 하니 개인 정보를 빼내어 곳곳에서 사기를 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무상의료와 무상 교육을 하고도 남을 정도로 나라살림은 충분한지 이미 오래다. 국가가 국민의 건강을 외면하니 이런 사기가 기승을 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