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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생태

앞산은 파괴하고 신천은 꾸미는 대구시

 

앞산이 시작되는 고산골이 가까운 중동교에 오랜만에 갔다. 자전거 묘기를 부리는 사람들과 인라인스케이트를 배우는 초보자들 등 평소 주말처럼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신천둔치 경관이 아름답게 바뀌었다는 말을 듣고 자전거를 타고 무작정 달렸다. 중동교와 대봉교 사이에는 가까이 아파트가 있어 운동하러 오는 인근 주민들이 많다. 칠성시장을 지나 도청교 가까이 오니 여러 가지 식물을 심어 작은 공원을 꾸며 놓았다. 예전엔 그냥 삭막하기만 했는데 이젠 제법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 팔달교 부근에 호수처럼 자연스레 형성된 자연 경관, 호수와 같이 보기 좋다는 금호강의 모습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신천이 끝나는 침산교를 지나 금호강 쪽으로 들어서니 그냥 방치했는데 너무 달라져 있었다. 강변을 따라 갈대가 우거져 있고, 자전거를 타거나 달리기하기 좋도록 비포장 길을 조성해 놓은 게 눈을 끌었다. 조금만 신경을 쓰면 이렇게 좋은 것을 왜 그리 오래도록 내버려 두었는지 원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너무 달라진 경관을 보고 놀라 감탄사가 쏟아졌다. 조야동과 노곡동 입구를 지나 팔달교에 도착하니 50분 가량 걸렸다. 그리 급하게 밟은 것도 아닌데 생각보다 시간이 적게 걸렸다. 내킨 김에 팔달교를 지나 금호강을 따라 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오늘은 참았다.


팔달교 부근은 ‘호수와 같아 금호강’이라 부른다는 게 실감 날 정도로 아담한 섬과 호수가 어우러져 있었다. 자연은 인간이 망치지만 않으면 제자리를 찾아간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깨닫는다. 영천댐의 물을 포항으로 보내 물이 적어 예전의 금호강은 삭막하기 그지없었다. ‘금호강이 썩는다’는 여론에 떠밀려 안동 임하댐의 물을 끌어와 굼호강에 방류하고 있다. 대규모 지하도수로 공사로 곳곳에 수맥이 마른 곳이 나타나 농민들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님은 두말 하면 잔소리다. 밑돌을 빼서 위에  채우는 격이다.



물이 적당히 흐르니 금호강의 생태는 조금씩 살아났다. 도심에서 이렇게 흙을 밟을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여기에다 무슨 핑계를 같다 부쳐 삽질로 콘크리트를 부을지 걱정이다. 잠시 쉬었다 자전거를 돌려 왔던 길로 갔다. 고무 보를 설치해 물이 갇힌 곳 구석구석에는 온갖 쓰레기와 물이 썩어가는 흔적이 보인다. 이름만 바꾼 ‘한반도 운하’인 ‘4대강 정비사업’도 저렇게 물이 썩는 것은 불문가지다. 자전거길이 푹신해 살펴보니 폐타이어를 재생해 만든 것을 깔아 놓았다. 달리기 하는 시민들이 많아 만들었다고 한다.


신천에 와서 맑은 공기 마시며 발암물질 투성이인 폐타이어 먼지까지 같이 마시란 이야기다. 신천과 금호강은 꾸미고 앞산은 파괴하는 대구시 관료들의 아둔한 머리에서 나온 작품답다. 앞산터널이 뚫리면 용두골에서 나오는 각종 매연은 신천을 따라 내려갈 수 밖에 없다. 시민들의 머슴들이 주인인 시민들에게 ‘매연을 마시라’고 강요하는 꼴이다. 머슴 주제에 주인들에게 이런 횡포를 부려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모든 면에 전국 꼴찌만 골라서 하는 대구시다운 발상이다. 자연을 건드리지 말고 가만히 두면 되련만 몸이 가려워 가만있지 못하는 건방진 머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