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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ㆍ경제

새로운 진보정당을 거론한 김성진 씨 글을 읽고

 

재선거에서 울산 북구의 조승수 후보가 당선된 후 ‘축하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당직자도 아닌 당원인 제게 그렇게 말하는 걸 보면서 ‘진보신당’의 원내 진입을 갈망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2007년 대선 완패 후 “왜 주사파들과 같이 했느냐?”고 하던 몇 친구들 말고는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이 합칠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말을 많이 합니다. 세세한 사정을 일일이 말하기 어려워 ‘서로 안 맞아서 헤어진 것은 분명 이유가 있지 않느냐’며 에둘러 표현을 할 수 밖에 없더군요. 그 자리에서 다수파들의 횡포를 거론하며 일일이 설명한다는 것도 쉽지 않아 그냥 속만 태우는 현실이 갑갑합니다.



김성진 씨의 말이 당위성은 있으나  구체적 방법이 없다는 말을 먼저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단결은 정말 소중한 가치임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 믿습니다. 합쳐봐야 열석도 안 되는 국회의원에다 당원들도 뻔하니 그런 말을 하는 게 결코 무리는 아닐 것입니다. 다만 이 시점에서 단결을 말하려면 ‘분열만은 막아보자’는 심상정 혁신안이 부결되자 퇴장한 동지들을 붙잡으며 말리기는 커녕 환호작약했던 민노당 자주파의 행위에 대한 분명한 평가가 있어야 합니다. 남한의 진보운동이 걸핏하면 북한의 신년사에 귀를 기울이고 거기에 맞추어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노선으로는 결코 집권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평가와 반성없이 ‘통합’을 말하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지요.


자본도 자신이 살기 위해 서로 적절한 선에서 타협을 하고 상대의 실체를 인정해 줍니다. 큰 공사를 할 경우 거대 건설회사는 모여 사전에 조율을 한 후 나머지는 대충 들러리 견적을 넣는 것은 그러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삼성이 제 아무리 크고 도급 순위가 최고라 할지라도 독식한다면 다른 건설자본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가장 큰 것은 자신이 먹더라도 나머지는 갈라 먹는 것은 독식이 가져올 문제를 너무 잘 알기 때문이지 삼성이 착해서 그런 게 아니란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입니다. 자본도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자주파는 어떻게 했습니까?


‘자주파가 독식했다면 김혜경 문성현 대표가 나올 수 있었겠느냐’고 하지만 그 분들이 대표로 일할 수 있었느냐는 이미 지나간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회의를 가면 늘 6:4로 갈라져 몇 번 얼굴만 보면 어느 정파 쪽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불편한 관계는 계속되었습니다. 문제는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정파가 소수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당직을 독식하다시피 했고, 전횡에 가까운 짓을 서슴지 않았다는 것이죠. 자본을 향해 칼날을 겨누면서 자본보다 더 멍청한 짓을 한 것에 대해 분명한 평가와 전향없이는 통합은 결코 있을 수 없을 뿐 아니라 해서도 안 된다고 봅니다. 특정 정파에 소속되어 있지 않는 제가 봐도 자주계열은 변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자신들은 변하지 않으면서 헤어진 상대를 향해 ‘재결합 하자’고 하는 것은 강요를 넘어 폭력에 가까운 것이죠. 김성진 씨는 이런 현실에 대한 분명한 고백과 반성부터 한 후 ‘통합’을 말하는 게 순서 아닌가요? 부부가 문제가 있어 상담을 할 때 같이 하는 것은 문제의 발단과 원인을 찾기 위한 것이고, 심한 정신과 질환을 앓더라도 가족 치료를 하자고 하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혼의 사유는 분명하고 그것을 안다면 변하려는 모습부터 먼저 보여주고 ‘같이 고민해 보자’고 해야지 현실을 구실 삼아 재결합을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강요는 폭력이기 때문에 더더욱 안 된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