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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야, EC 8놈아. 뭐 이런 게 다 있어?


 

새벽 기온이 떨어져 나서는데 제법 쌀쌀하다. 그래도 해가 뜨고 몸을 좀 움직이면 괜찮다. 오늘 작업인 비닐하우스 파이프 해체를 하러 현장으로 일행들과 나갔다. 도착해 전화를 하니 ‘오늘 작업이 안 되는데.... 연락을 못했다’는 게 아닌가. 이럴 땐 정말 기분 × 같다. 입에서 십원짜리가 안 튀어 나오는 게 이상하다.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 버리니 따지고 말고 할 겨를이 없었다. ‘식당가서 막걸리라도 한 잔 하시라’는 말도 없다.


새벽밥 먹고 나섰는데 공치면 정말 열 받는다. 일행들의 꼭지가 돌 것 같은 예감이 순간 들어 내가 먼저 ‘EC 8놈. 뭐 이런 게 다 있어’라며 고함을 질렀다. 양반 체면에 욕하려니 거시기 하지만 상대의 화를 누그러 뜨리려면 선수를 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평소 잘 사용하지 않던 십원짜리를 총 동원해 퍼부어댔더니 ‘윤 형, 할 수 없죠. 이런 일 한두 번 겪어 보느냐’며 오히려 나를 위로한다. 이 정도면 일단 작전은 성공한 셈이다.


어젯밤 술 한 잔 하자고 하는 걸 ‘새벽에 나서려면 지장있다’며 안 한 게 미안해 ‘막걸리 한 잔 합시다’며 읍내 단골식당으로 트럭을 돌렸다. 맛있게 밥 먹고 간 사람들이 그냥 돌아오니 주인 아주머니 눈이 휘둥그레지며 ‘와 예, 무신 일 있었어예?’라며 묻는다. ‘아지매 공쳤구마. 막걸리나 좀 주소’ 했다. 얼마 안 마시자 ‘그만하고 들어간다’며 일어서려기에 ‘아파서 고생하는데 오늘 같은 날 병원 가 보자’며 차를 제통의원 앞에 바로 댔다. 공치는 하루가 이렇게 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