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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생태

앞산터널 반대 싸움 재판 결과를 보면서

 

원심 판결을 확정한 항소심 재판 결과


참으로 기나긴 시간이었습니다. 작년 3월에 시작된 달비골 벌목저지 과정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6명의 사건이 1년이 넘게 지난 7월 9일(금) 항소심 재판에서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지루한 재판에 고생하신 분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리면서 공안검찰과 건설자본의 지저분하고 악랄하기 그지없는 작태에 대해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업이 고소한 업무 방해가 공안부에 배당된 것은 전례가 없는 것으로 경찰 정보과조차 매우 의아해 하더군요.



어떤 일을 겪으면서 교훈을 느끼지 못한다면 역사를 통해 배우지 못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봅니다. 태영건설에서 달비골 농성장을 철거해 달라는 내용증명을 2차례 보내왔고, 대구시 건설사업본부에서 ‘행정대집행’ 계고장까지 보냈지만 버텼습니다. 계고장까지 발송하고 철거를 하는데 방해를 하면 ‘공무집행 방해’로 구속까지 가능합니다. 그렇지만 대구시가 강제철거를 하지 않은 것은 그로 인한 부담이 매우 컸기 때문으로 정보기관의 동향 보고를 참고했다고 봅니다.


재판에 회부된 분들의 부담을 덜어 주고자 변호인의 중재로 농성장을 비웠지만 검찰은 1심에서 끝내는 관행을 무시하고 항소까지 하는 악독한 짓거리를 자행했습니다. 태영건설에서 고소를 취하한 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게 증명되었습니다. 권력과 자본의 결탁으로 벌어진 사건에 대해서는 아예 싹을 자르겠다는 게 공안 검찰의 작태임이 명백히 드러났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무리 고개를 숙여줘도 끝까지 괴롭힌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수시로 돌아가는 감시망과 양보하면 짓밟는 권력과 자본


직업이 깡패로 사채를 하는 후배에게 ‘어떤 사람이 가장 무섭냐’고 물어 봤더니 “주먹 센 놈이 아니라 조목조목 따지고 물어 늘어지는 형님같은 사람”이라기에 한바탕 웃었던 적이 있습니다. 권력과 자본은 투항한다고 봐주지 않고 오히려 끈질기게 물고 늘어질 때 함부로 대하지 않고 협상이 가능하다는 것은 투쟁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상식입니다. 이번 재판의 결과를 보고 누군가는 ‘국 쏟고 ×대여 심하게 화상입은 꼴’이라고 말하더군요.



개인적으로 달비골 농성장을 비운 걸 ‘매우 굴욕적인 사건’으로 봅니다. 재판에 회부된 사람들의 부담을 덜어 주고자 했지만 결과는 지금까지 해 오던 대로 고개 숙인 자를 봐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사정없이 짓밟는 공안검찰의 작태를 다시 확인했습니다. 대구시와 태영건설은 달비골 농성장이 눈의 가시였기에 하루라도 빨리 철거하고 싶었을 뿐이고, 경찰정보과의 감시망은 수시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재판에서 검찰이 한 짓은 대부분 경찰정보과 보고 내용 바탕으로 한 것이었습니다.


누구를 고소했는지 살펴보지 않으면 앞으로도 싸울 때 같은 우를 되풀이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과거에서 배우지 못하는 사람은 결코 현재와 미래에서 깨닫지 못합니다. 폐기물과 핵물질반출을 막으려 고무보트를 타고 위험을 무릅쓰고 배를 가로막는 그린피스의 투쟁은 저항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줍니다. ‘난 이만큼 했어’라며 자위하는 싸움을 계속하는 한 밀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경찰정보망은 누가 끈질기며 누구를 건드리면 되는지 정말 잘 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