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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와 국제

이외수 마저 항복한 천안함 소설쓰기

 

애매한 표현으로 말을 바꾸는 수상한 정부


천안함을 침몰시킨 배후를 사실상 북한으로 규정했던 정부와 군이 ‘북한 공격’이라는 입장에 미묘한 변화가 있다. 한 마디로 말장난 하는 것이다. 공식적으로 ‘북한’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지난 4일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전군주요지휘관회의 전후로 사실상 북한의 소행이라는 결론을 내렸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6자회담을 앞두고 외교적인 부담으로 와 닿은 것이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 방문과 관련해 중국대사를 불러 노골적인 내정간섭을 해대는 추태도 부렸다.



국방부 원태재 대변인은 지난 7일 브리핑에서 천안함 연돌(연통) 등에서 발견된 화약이 독일제인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고 밝혔다. 천안함을 침몰시킨 가해자를 찾을 수 있는 결정적 증거인 화약성분을 발견했지만 제조국과 관련해 매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어 “합동조사단의 조사 내용과 관련해서 제가 확인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면서 합조단 조사내용에 대해선 ‘긍정도 부정도 아니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세계일보는 8일 군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 “합조단 조사 결과 천안함 연돌(연통)과 침몰 함미와 맞닿은 해저 펄 속에서 각각 검출한 화약성분은 모두 TNT보다 위력이 강한 고폭약인 RDX(백색ㆍ결정성ㆍ비수용성 폭약 성분)인 것으로 확인됐다”서 이같은 성분이 북한이나 중국과 러시아에서 사용하는 어뢰의 폭약 성분 배합비율과는 다른 서방세계에서 사용하는 성분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공격으로 기정사실화 한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워졌다.


수시로 말 바꾸는 2개의 이명박 정부


정부는 9일 천안함을 침몰시킨 어뢰의 화약 성분이 서양으로부터 도입된 것이라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확인이 안 된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관계자는 이날 천안함을 침몰시킨 어뢰가 북한 정찰총국이 무기중개상을 통해 서방세계에서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일부 언론 보도내용과 관련해 “나도 보고 깜짝 놀랐다.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이 같은 내용을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보도 내용에 대해 “확인이 안 된 것”이라며 “추측보도는 도움이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 같은 발언은 그동안 정부와 군이 천안함 침몰 사건의 가해자를 사실상 북한으로 지목하고 대응방안을 준비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공격이라는 명확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으니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외교적 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미 우리 정부가 북한을 가해자로 확신하고 있다는 심증을 언론을 통해 노골적으로 노출시킨 상황에서 변덕을 부리니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히 이 대통령이 주요지휘관회의에서 “나는 이 사태가 터지자마자 남북관계를 포함해서 중대한 국제문제임을 직감했다.”면서 천안함 사건의 배후에 북한이 있음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했기 때문에 국방부의 이런 변화는 오히려 많은 의문점을 던지고 있다. 부담스러워졌는지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현재로선 아무것도 확인된 것이 없다.”면서 매우 신중한 모습을 나타냈다. 큰 집에서 변동을 부리니 ‘모든 가능성’을 여는 신중한 모습으로 돌변한 것이다.


화약성분 발견 장소는 해병대의 포 사격훈련장


민군합동조사단이 고성능 폭약인 RDX가 검출됐다고 밝힌 곳은 오랫동안 해병대가 포사격을 해 온 훈련구역이라는 주장이 8일 제기되어 조사단 발표가 신뢰를 더 잃고 있다. 정부와 일부 언론은 이 RDX가 어뢰폭발의 ‘스모킹 건(명확한 물증)’이라고 밝혔지만 이 지역이 해병대의 포사격 훈련구역이라는 주장이 제기됨에 따라 이번에 검출된 폭약성분이 우리 군이 사용하는 포탄에서 나온 것은 아닌지 명확한 조사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백령도에서 일제히 포사격을 가하자 바다 위로 물기둥이 치솟고 있다. (국방TV)


해군 관계자에 따르면 이 포사격훈련에는 여러 종류의 포사격이 이루어졌는데, 여기에는 한국산 뿐만 아니라 미국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안보전문가는 이와 관련해 “백령도에 배치된 해병대에서 포사격훈련을 할 때 남쪽을 향해 쏘는데, 침몰해역이 그 구역으로 바다 밑바닥에서 화약흔이 나올 수 있다”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도 아니고 조사단 발표대로 바다 속에서 폭발이 일어났다면 갑판 위에 있는 연돌에서 화약흔이 나올 이유도 없다”고 ‘민중의 소리’에 밝혔다.


특히 이번에 연돌에서 검출됐다는 RDX는 백색의 결정성·비수용성 강력폭약 성분으로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쓰이고 있고, 우리 군이 사용하는 어뢰에도 이 성분이 들어 있다. RDX는 미국에서 대량생산됐다. RDX가 우리 군에서 사용하는 어뢰를 비롯해 서방 국가들도 어뢰에 사용하고 있어 가해자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었으니 더욱 어려워 이번 사건이 영구 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수시로 말을 바꾸니 정부 말을 믿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