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반도와 국제

천안함 방송 중 ‘군 개혁’ 언급에 얼어붙은 군대

 

대통령 말 한 마디에 바짝 긴장한 낡은 군대


군 당국이 큰 집의 말 한 마디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19일 오전 이명박 대통령이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라디오ㆍ인터넷 연설과 오후 외교안보자문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한 일련의 발언 때문이다. 윗선의 말에 얼어붙는 것은 예나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세상은 엄청나게 변했건만 군사독재 정권 시절에 군 생활을 시작한 늙다리들의 몸에 배인 습관을 고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구나 보고 체계마저 구멍을 낸 군 수뇌부가 쪼는 것은 당연하다.


▲ 이명박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에서 ‘천안함 희생장병 추모 라디오·인터넷 연설’을 통해 희생 장병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다 눈물을 닦고 있다. 네티즌들로부터 엉성한 ‘함량미달 연기’란 비난을 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은 이날 천안함 희생 장병 추모 연설에서 “강한 군대는 강한 무기뿐만 아니라 강한 정신력에서 오는 것”이라며 “우리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이 문제인지, 철저히 찾아내 바로 잡아야 할 때”라고 언급했다. 군의 준비태세에 대한 강한 불신이 묻어 있는 대목이다. 천안함 사고 직후 “군의 초동 대응은 비교적 잘 됐다”며 국민들의 정서와는 거리 먼 엉뚱한 소리하던  것과는 영 딴판이라 더 긴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날 오후 외교안보자문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도 이 대통령은 “이 사건을 계기로 안보 의식을 강화하고 국가안보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천안함 사건 수습의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말이다. 군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국가적인 재난과 같은 사고 수습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북한의 개입설’을 흘리며 영구미제 사건으로 몰아가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코 앞에 다가온 지방선거와 관련해 불리한 것을 덮어 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대통령의 발언은 천안함 사고를 계기로 국방 분야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실제로 이날 외교안보자문단은 국방개혁 중 전력증강 우선순위 재검토, 단순한 사건 조사를 넘어서는 범정부 차원의 대책위 구성 등을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잇따라 터진 해군 헬기 추락 사고와 최전방 GOP 초병 총기 사망 사건 등은 국가안보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자극했다. 특히 17일 밤에 발생했던 해군 링스 헬기 불시착사고는 국방부 장관이 군의 기강 확립을 강조한 직후에 발생한 것이라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천안함 침몰 사고에 대한 책임 추궁 불가피


지난 16일 김 장관은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군 기강을 재정비할 것이라고 밝힌데 이어, 다음날에는 주요 군 지휘관들이 참석한 화상회의에서 "전 장병은 엄정한 군 기강을 확립한 가운데 안정적인 부대관리로 추가적인 사고를 예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군 내부에서는 천안함 침몰 원인을 조사하는 민군 합동조사단 공동조사단장에 민간인을 위촉할 것을 직접 지시한 이 대통령의 조치가 군에 대한 불신을 반영한 것이 아니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군은 이 대통령이 취한 일련의 조치가 결국은 군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위기감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는 사고 직후 드러난 합참의장과 연락이 두절되는 등 허술한 보고체계와 군 기강 문제, 군의 긴급 상황에 대비한 준비 태세와 작전 지휘 체계, 군 수뇌부 인사 개편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군 내부에 대한 대대적인 문책인사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은 진작부터 나오고 있었지만, 이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그 대상과 폭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초 이달 21일로 예정됐던 군 장성급 정기 인사는 천안함 사고가 마무리된 뒤인 5월 중순경으로 미뤄졌다. 천안함 사고에 대한 문책과 더불어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장성급 인사는 상당한 폭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 천안함 사고 원인 규명은 해군은 물론이려니와 합참에게도 엄청난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침몰 원인이 함정 자체 사고라고 해도 비난을 피할 수 없고, 북한군 공격에 의한 것이라고 하면 사전에 이를 막지 못한 안보 체계가 무너진 사건이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