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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주권운동

MBC노조 ‘권력의 개나 돼지가 될 순 없다’…‘총파업 투쟁’

 

총파업 시 경찰력 투입 ‘우려’…구속 각오하고 배수진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가 MBC 임원 선출을 강행한 뒤, MBC 노조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노동조합은 차기 사장이 선임되면 총파업으로 맞설 것으로 보여 경찰병력 투입까지 예상되고 있다. 이근행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장은 9일 “YTN의 낙하산 사장 저지 투쟁에서 시작된 정부의 언론장악 기도에 지금 MBC가 최정점에 있다”며 “저들이 시대의 십자가를 지도록 강요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러한 십자가를 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저들이 쉽게 MBC를 손아귀에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상당한 착각”이라며 반발을 예고했다. 이 본부장의 말처럼 현재 MBC 노조원들은 현 상황이 예전과 다른 엄중한 사태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 9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열린 총회에서 조합원들의 성토가 이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임정아 예능국 PD는 “MBC에 들어와서 적지 않은 파업을 겪었던 것 같은데 지금처럼 착잡한 적이 없는 것 같다”며 “앞으로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다함께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하자”고 말했다.




이근행 MBC 노조위원장은 300여명의 조합원 앞에서 “개, 돼지가 되면 권력의 발바닥을 핥으며 살아야 하지만 그럴 순 없다”고 결연히 말했다. 이 위원장은 “전 조합원이 뭉쳐 MBC를 지켜내자”며 “11일부터 이뤄지는 총파업 찬반투표 자체가 투쟁인 만큼 많이 참여해 달라”고 말했다. MBC 로비에 있는 큰 기둥 두 개에는 ‘사수 공영방송’ ‘분쇄 방송장악’이라고 적힌 노란 현수막이 나란히 걸렸다. 비상총회에는 노조집행부가 준비한 방석이 모자랄 정도로 많은 이들이 참석했고 그 수는 300명이 훌쩍 넘었다.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가 8일 오전 이사회를 열어 황희만 울산 MBC 사장, 윤혁 부국장, 안광한 편성국장을 MBC 이사 선임을 강행하고 엄기영 MBC 사장이 사퇴를 했다. 비상총회에 참석한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명박 정권이 싸움을 걸어왔고 우리는 전선에 서 있다”는 말로 현재 상황을 표현했다. 최 위원장은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피해서도 안 되고 피할 필요도 없다”며 “우리가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위원장은 “1만3000명 조합원 동지가 여러분과 함께 힘차게 싸우겠다”는 말로 연대사를 했다.


 ▲ 황희만 보도본부장이 9일 아침 출근하려했지만 MBC조합원들의 저지에 발길을 돌렸다. (사진:미디어 오늘)


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강을 건너 버린 이명박 정권의 책임


김만태 ‘아마존의 눈물’ 촬영감독도 “각자 마음 속에 ‘지금 상황이 뭔가 잘못돼 가고 있다’는 생각이 있을 것”이라며 “출근 저지, 파업 등을 통해 바로 잡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일각에선 과거 1996년 당시처럼 MBC 반발이 거세질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방문진이 강성구 사장의 연임을 결정하자 이에 반발한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했고, 최문순 노조위원장은 구속ㆍ해직을 감수한 바 있다.


▲ MBC노동조합 비상총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이 8일 있었던 이사회와 엄기영 사장 관련 동영상을 보고 있다. (사진: 오마이뉴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사장 선임 때 김현철 씨가 개입해 노조가 파업을 했다”며 “그 당시엔 정권이 사장을 통해 보도·제작본부장 선임을 우회적으로 했지만, 지금은 노골적으로 정권이 인사권에 개입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가 보기엔 이 정부는 노조의 반발에 공권력을 동원, 상당한 탄압을 가할 것 같다”고 밝혀 양쪽의 ‘충돌’을 우려했다. 향후 방문진은 이르면 설날 전에 사장 후보의 공모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보여, 노조도 총파업 등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다.


김주만 보도민실위 간사는 “사태가 위태롭고 길이 험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며 “깨지는 일이 있더라도 쉽게 물러서거나 순순히 MBC를 내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는 언론노조의 파업이다. 이명박 정권의 ‘MBC장악’이란 각본이 그리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MBC마저 당하면 국민들의 알 권리는 무참히 빼앗기고 만다. 이제 이명박 정권과 언론노조의 한 판 치열한 싸움이 남았다. 이 모든 것은 되돌아 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이명박 정권의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