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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생태

앞산달비골 벌목 현장에 나타난 곤줄박이와 박새

                 
처절하게 앞산 달비골의 아름드리나무가 잘려 나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새들은 봄소식을 전합니다. 곤줄박이와 박새가 ‘살 곳을 건드리지 마라’고 애절하게 우는 것 같아 가슴이 메어집니다. 제가 달비골에서 ‘나무 위 농성’을 하면서 아침마다 우리 앞산꼭지들의 작은 성 주변에서 이름 모를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듣습니다. 마치 ‘우리와 같이 살아요’ 라며 호소하는 소리처럼 들릴 때가 많습니다.
                 
            
어제 오후에 교대를 하고 벌목 저지 싸움을 하러 월곡지 부근에 갔을 때 몇 일 후면 초등학교 입학하는 아이가 할머니와 같이 왔는데 “새들이 살지 못하면 우리도 살지 못하잖아요.” 하는데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릅니다. 정말 울고 싶었고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같이 지키자’며 안아주었습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못난 조상’이 되기 위해서라도 달비골을 꼭 지켜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벌목 저지 싸움을 하는 난리 중에도 하외숙 꼭지의 순발력은 어김없이 나타났습니다. 주황색이 있는 새는 ‘곤줄박이’고, 흰색과 회색ㆍ검정색이 있는 새는 ‘박새’라는 설명도 곁들여 주셨습니다. 몇 일 후면 고등학교 입학하는 아들 우현이에게 학교에서는 도저히 배울 수 없는 살아있는 교육을 위해 험한 순간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같이 오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참 부럽더군요. 힘들고 귀찮아 할 예민한 나이인데 어머니가 하시는 일이 자랑스러운지라 동참하는 의리 또한 보기 좋지요. (2009년 2월 27일 ‘나무 위 농성’ 76일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