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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생태

비가 와서 잠시 멈춘 앞산 달비골 벌목 작업

 

어젯밤부터 새벽까지 비가 와서 그런지 오늘은 벌목작업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달비골을 베지 마라’는 의지가 하늘을 찌르는 주민들과 앞산꼭지들이 모였다. 덕분에 앞산꼭지들이 하루를 쉬면서 힘을 보충할 기회가 되어 다행이다. 9시 무렵 파동 주민들이 오셨다. 나무 위에 있는데 뭐라고 한 마디 하라기에 “잘 살고 있습니다. 끌려서 내려갈지는 몰라도 제 발로 내려가지 않겠습니다.”고 했더니 얼굴이 환하게 밝아 지셨다. 본격적인 파동과 달비골 주민들의 연대가 시작 되었다. 태영건설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연대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태영건설의 아둔한 콘크리트 머리로는 계산이 불가능할 것이다. 



어제는 첫날인데다 주민들이 같이 저항하자 밀려갔지만 내일은 어떻게 될지 걱정이 앞선다.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라’고 한 예수의 말씀을 잊어 먹고 사는 탓인지.... 이런 저런 안 해도 될 고민과 걱정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든다. 상수리나무 위에서 해결될 일도 아닌데. 이런 걸 ‘고생 사서 한다’고 하는 가 보다. 나이가 들어가는 탓인지 안 해도 될 걱정꺼리가 하나 둘 늘어난다. 봄 방학인데 뭐 하며 지내는지 자식 걱정도 되고, 인터넷 세상에 검색하면 다 드러난 판에 아제비가 뭘 하고 있는지 알면서도 복현동 할아버지와 할머니 걱정 하실까봐 모른 척 해주는 조카들이 고맙기만 하다.


오후에 뉴스를 보니 한나라당이 언론악법을 직권 상정했다고 한다. 얼마나 다급했으면 법안 상정을 하면서 법안 명칭조차 제대로 부르지 못한 채 몇 마디 지껄이고 망치 두드리고 도망가 버렸다. 정말 한신한당이란 소리 들어 마땅한 인간들이다. 이 소식을 접한 언론노조는 내일 새벽 6시부터 ‘언론악법 저지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특히 MBC노조가 가장 먼저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공식적인 파업지침을 내렸다. ‘방송을 세워 방송을 지킨다’는 지극히 평범한 실천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도 앞산터널 문제를 알려주는 MBC가 파업에 들어가 버리면 우리 소식을 어떻게 알릴지 걱정이 된다.


오늘이 이명박 생일이라 앞산꼭지들이 ‘생일빵’ 해 주러 촛불집회에 참석하러 가서 농성장이 조용하다. 마치 내일의 한판 싸움을 대비하면서 숨고르기를 하는 것 처럼 폭풍전야의 고요 같다. 밤하늘을 보니 달비골은 오늘도 어김없이 별이 반짝인다. 이 아름다운 곳을 파헤치려는 미친 짓을 해대는 정신 나간 인간들, 주민들에 대해 최소한의 절차조차 지키지 않는 몰상식의 극치를 달리는 대구시와 태영건설의 횡포는 결코 묵과할 수 없다. 파동 용두골과 달비골의 벌목저지 싸움은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인근 장미아파트 주민들과 함께 하기에 결코 밀리지 않음을 태영건설이 모른다면 큰 오산이다. (2009년 2월 25일 ‘나무 위 농성’ 74일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