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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ㆍ경제

민주당 로텐더홀 농성 해재, 이명박 계는 직권상정만 주문

 

협상안 번번이 거부, 협상 당사자 힘 빼기

청와대 눈치 보며 김 의장에게만 강경 ‘주문’



민주당의 본회의장 점거 농성이 열흘째 이어지고 있는데도 좀처럼 여야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까닭은, 여권 내부의 복잡한 갈등이 뒤엉키며 협상 당사자에게 좀처럼 힘이 실리지 않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자기 식구’인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책임을 떠넘기면서 스스로 교착 국면을 타개할 노력조차 하지 않고 있다. 야당과의 협상 공식 창구인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몇 가지 협의안을 제시하며 야당과 계속 협상을 벌였으나 이런 노력은 당내 강경파들의 목소리에 부닥쳐 번번이 좌절되고 말았다. 31일 밤 그동안 몇 차례 열렸던 여야 회담이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대화 재개만 약속한 채 끝나버리자, 한나라당 강경파들의 목소리는 들끓어 올랐다.


 ▲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국회 경위들로부터 끌려 나가다 계단에 나뒹구는 게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현 주소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이 굴러 떨어지고 있다.


진성호ㆍ이군현ㆍ심재철 의원 등 당내 이명박계 강경파들은 “민주당이 점거하고 있는 본회의장에 단전ㆍ단수ㆍ통행제한을 해야 한다”는 등의 비인도적인 상식 이하의 발언을 서슴지 않아 대화에 사정없이 찬물만 끼얹었다. 마치 물 만난 고기마냥 마구 설치는 꼴이다. 홍 원내대표가 1일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 권선택 자유선진당 원내대표와 만나 이른바 ‘가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이 역시 2일 오후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에서 거부됐다. 이날 저녁에 열린 의원총회에선 한나라당은 아예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85개 법안을 직권 상정하라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협상을 포기하라는 공식적인 당론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이처럼 이명박계 의원들이 협상 의지를 밟아버리는 까닭은, ‘85개 법안 일괄처리’를 바라는 청와대의 강한 의지 때문으로 분석되어 ‘이번에 통과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음을 보여주었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는 여야 협상과는 별도로, 계속적으로 85개 법안 일괄 통과를 바라고 있고, 이상득 전 부의장이나 이명박 직계 의원들 모두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경파들이 목소리를 높이더라도, 정작 자신들이 손을 걷어붙이고 피를 묻힐 의사는 전혀 없다. 손 안대고 코 풀려는 아주 비열한 짓만 주문해대는 꼴이 가히 가관이다.

홍 원내대표는 2일 밤 원내대표 회담이 결렬되자 “이젠 평화주의자와 폭력주의자의 대결”이라며 “우리는 물리력을 동원하지 않는다. 절대로 여당 의원들에게 본회의장에 들어가 야당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또 일본 전국시대의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거론하며 “새가 울지 않을 때 오다는 죽인다고 했고, 도요토미는 울게 만든다고 했고, 도쿠가와는 울 때까지 기다린다고 했다”며 “앞으로 도쿠가와 이에야스 식으로 야당과 협상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3일 기습적으로 벌어진 ‘로텐더홀 진압작전’이 실패로 돌아가자, 한나라당은 이날 밤 다시 “국회의장의 질서 유지권에 대한 도전과 방해는 국회의 권위를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며, 명백한 국회법 위반”이라며 ‘국회 사무처의 실력행사’를 적극 옹호했다.


이런 파행적인 행태는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전반적으로 결여되어 있기 때문으로 분석할 수 있다. 또한 범여권 지도부 안에 이렇다 할 의견조율 시스템조차 없는 문제점도 나타난다. 과거 정권에선 당ㆍ정ㆍ청 고위 인사들이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공식, 비공식 모임 등이 정례화 되곤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에선 이런 논의체계조차 잘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나올 때마다 여당 기류가 미친× 널뛰는 양상이 나타난다. 협상 대신 ‘밀어 붙인다’는 것은 경제 불안으로 인한 민심 동요와 새해 정국을 이끌어갈 자신이 없는 불안하다는 증거이며 후폭풍이 얼마나 큰지 계산조차 하지 않는 정치의 기본도 모르는 무식함을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