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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생태

앞산 ‘상수리나무 위’에서 12월 26일 난장이가 전하는 소식

 

오늘이 ‘나무 위 농성’ 13일째 되고, 제가 입산한지 7일 되는 날입니다. 내일이면 일주일이 되닌 벌써 한 주가 되어 버렸습니다. 상수리나무 위로 올라와 장기간 지내기 위해 이것저것 챙기다 보니 계획한 일정표대로 하지 못하고 농땡이를 치고 말았습니다. 아침에 컴퓨터를 켜고 접속을 해 보니 참여연대에서 수고하는 박근식 씨가 성탄전날 찍은 사진을 보내주었더군요. 부탁하면 미루지 않고 바로 보내주는 ‘열혈파’요 인정이 많은,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는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힘들게 번 물질도 잘 나누는 인정 또한 많은 사람이지요.


▲ 성탄 전날 ‘생명을 살리고 앞산을 지키는 성탄예배’가 달비골 농성장에서 있었습니다. 앞산을 지키려는 마음을 가진 이와, 이웃교회 도반들이 함께 했습니다.


그저 얼굴만 몇 번 보고 지냈는데 촛불집회 때 만나 서로 살아온 이야기도 하는 좋은 인연으로 이어졌습니다. 요즘 제 지갑이 너무 얇기 그지없다고 더러 신세를 지곤 합니다. ‘나무 위 농성’을 하면서 요가할 때 배운 복식호흡을 하기 위해 명상음악 은반을 청탁 했더니 두 말 없이 바로 보내줄 정도니 어떤 성품인지 짐작이 가가도 남을 것입니다. 일어나 보니 바깥바람이 보통 차가운 게 아니더군요. 물을 밖으로 뿌렸더니 금방 어는 걸 보니 기온이 많이 떨어진 것 같습니다. 해 뜨기 직전에 가장 추워 나갈 엄두가 안 나더군요.


이런저런 주문이 많아 지원을 하는 앞산꼭지들이 고생을 많이 합니다. 대부분 안전과 위생에 관한 것이라 저로서는 부탁을 하지 않을 수 없고, ‘너무 깐깐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 믿습니다. 솔직히 가족들에게 챙겨오라고 하는 게 마음 편한데 내 몸도 빠져 나온 상태에서 그러기는 더욱 어려워 이래저래 챙겨주는 분들의 고생이 많습니다. 대구지역에서 산재사고 최다 기록 보유에다 하루 2명이 넘게 죽는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건설현장에서 안전 관련 업무를 오래 보다 보니 남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게 제 눈에는 ‘매우 위험한 것’으로 느껴지는 게 사실입니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무리가 없는 것이라 다른 것은 얼마든지 양보할 수 있으나 이것만은 양보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특히 저 같은 눈을 가진 사람이 위에서 내려다보면 위험 요소가 더 잘 보이는 탓도 있겠지요.


상수리나무 위로 올라올 때 굳이 안전모를 착용한 것도 제 자신의 안전과 함께 ‘안전제일’을 강조하기 위한 무언의 포현이었습니다. 올라오기 전에 주문을 하려다 서로 소통이 어려울 것 같아 ‘위에 있다는 지위’를 이용해 청탁을 한 것이지요. 서로의 안전을 위한 것이니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오늘도 고양이 세수부터 하고 냉수마찰로 건강을 유지하며 일과를 시작하려 합니다. ‘깐깐한 농성자’를 만나 고생하는 앞산꼭지들에게 계속 수고를 부탁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나무 위 농성장’에서는 환경오염을 최소로 줄이기 위해 치약 대신 죽염을 사용하고, 건전지도 일회용이 아닌 충전용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생명을 살리고 앞산을 지키려면 사소한 것 하나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에 그렇게 했습니다. 참, 보내주신 손거울로 몇 일 만에 얼굴 보면서 면도 잘하고 얼굴에 화장품도 좀 발라 농성하는 흔적이 거의 없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