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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생태

앞산 상수리나무 위에서 성탄절에 보내는 편지


 

어제는 ‘환경파괴 앞산터널 투자금 회수하라’는 집회와 함께 소비자 주권 운동의 일환으로 ‘대구은행 통장해지 운동’을 앞산꼭지들과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이 했습니다. 기업이 이윤을 창출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것이지만 생명을 다치게 하거나 공익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것은 상식이라 믿습니다.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알아야 한다는 뜻이지요. 무엇보다 은행을 ‘금융기관’이라 부르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교직에 계신 앞산꼭지 한 분은 점심 무렵 농성장에 들렀다 동참하기 위해 대구은행 본점 앞으로 가셨습니다. 참으로 진국인 좋은 양반이라 앞산꼭지들의 누님이자 이모 역할을 잘 하는 분입니다.


▲ 개구장이의 해 맑은 표정, 빨간색 외투를 입은 청소년은 도법스님과 함께 한 ‘생명탁발 순례’ 최연소 단원으로 서울 일대를 순례하다 온 간 큰(?)물님. 청년시절 함께 한 후배 부부의 큰 딸입니다.


비상용 줄사다리 연결 부위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건설노조에 연락을 했더니 퇴근 후 캄캄한 밤에 이 추운 달비골까지 큰 보온물통을 ‘추운데 고생한다며 사용하라’고 하자 보수 장비와 같이 갖고 오셨더군요.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해 자본과 싸우는 게 아니라 공익을 위한 선한 싸움에 몸을 던지고, 물질을 나누며 함께 하는 그 마음이 아름답기 그지없는 것 같습니다. 생명을 지키고 앞산터널을 막는 싸움으로 인해 좋은 인연이 되어 기쁩니다.


‘생명을 살리고 앞산을 지키는 성탄예배’ 밤에 있었습니다. 단식기도로 나무 위 농성을 연 이웃교회 오규섭 목사님과 도반님들, 성탄의 기쁨을 함께 하려는 분들이 같이 오셨습니다. 청년시절부터 귀에 익은 심금을 울리는 민중가요가 상수리나무 위까지 들려 같이 불렀습니다.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라고 부르는 성탄절. ‘땅 위의 참된 평화만이 하늘의 영광’이라고 상식을 가진 분들은 말하건만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을 원망해 봅니다.


▲ 진보신당의 조명래 위원장과 교장이 아예 상대를 하지 못하는 촛불님도 함께 하셨습니다. 기성교회가 닫혀 있어 이런 분들을 받아 들여 주지 않고 상처만 주어 떠난 이들이 많습니다.


‘저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간 하느님’이 아니라 ‘저 낮은 곳을 향해 내려오신 하느님’을 떠 올리며 이 땅의 뭇 생명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 봅니다. 작년 이 맘 때 이랜드ㆍ뉴코아 노동자들이 마지막 저항의 표시로 명동성당을 찾아갔다가 쫓겨났던 일이 떠오릅니다. 담당 신부의 바지를 붙들며 “저희는 더 이상 갈 곳이 없습니다. 내 쫓지 말아 주십시오.”라며 피눈물로 호소했건만 외면당하다 못해 여성들이 있는 천막까지 쥐어뜯기는 수모를 당했지요.


다행히도 종로 5가의 기독교교회협의회는 노동자들을 반가이 맞아주며 ‘도울 일이 무엇이냐’며 그들의 상한 마음을 위로하고, 이랜드의 사주인 박성수가 장로로 있는 교회를 찾아가 면담도 주선해주었습니다. 성탄의 기쁨을 독식하는 게 아니라 같이 나누는 그런 마음이야 말로 아름다운 일이라 믿습니다. 이제 ‘나무 위 농성’은 시작되었고, 끈질기게 이어갈 일만 남았습니다.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한다 해도 기간이 많이 걸려 나무 위 농성을 계속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생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계속 이어 가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오늘도 일찍 잠을 깨워 준 아스팔트 왕국의 딱정벌레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상수리나무 위에서 성탄절에 윤 희 용 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