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의 이야기

일제고사를 거부하고 체험학습을 떠난 10대들을 보면서

 

12월 23일 전국적으로 실시하는 일제고사를 거부하고 체험학습을 떠나는 학생들의 소식을 상수리나무 위에서도 접했습니다. 이명박 정권의 광란의 질주가 공정택이 서울시 교육감이 되면서 더 미친 듯이 날뛰고 있어 친구들과 어울려야 할 10대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경부운하의 문제점을 알린 건설기계연구원의 김이태 박사 부인이 아고라에 올린 글도 보았습니다. 흔히 국책연구소의 연구원이라면 주어진 일에 그저 기계적으로 끼워 맞출 줄만 알지 ‘영혼 없는 사람’들로 치부해 버리는데 그 속에도 많은 양심이 살아 꿈틀거리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진보정당에 한 다리 걸치고 있답시고 오만방자하게 남을 대한 제 자신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학생들이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날한시에 강제로 치르는 일제고사는 학생과 학부모를 성적의 노예로 만들어 무한경쟁에 끌어 들이는 반교육적 음모다. 학생과 학부모는 그것을 따를 아무런 의무나 책임이 없다”며 기자 회견문을 또박또박 읽는 것을 보고 부끄러워 눈물을 흘렸습니다. 자식 문제에 관한한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핑계로 우리 자식과 조카들의 성적에 일희일비한 제 자신을 되돌아봅니다.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다’며 핏대를 세웠던 청년시절, 그 말이 틀리지 않지만 내가 실천하지 않으면서 떠드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 설득력이 없지요. 남에게는 너그럽지만 나를 향해서는 엄격한 비판의 잣대를 갖다 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뒤 바꾼 삶이 아니었는지 지난 날을 돌이켜 봅니다.


경부운하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밝힌 김이태 박사는 정말 내공 있고 이웃 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사람이더군요. 결혼 후 지금까지 20 여년 동안 거리에 누워 있는 사람을 112나 119에 신고하는 게 아니라 집으로 데리고 온 적이 한 두 번이 아닌 사랑의 사람이었습니다. 저야 겨우 112에 신고해 경찰에 넘기는 것만 했는데 그 양반은 직접 데리고 갔으니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뿐입니다. 가장으로서 온갖 걱정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각오하고 바른 말을 하는 김이태 박사 같은 양심이 있기에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일이지요. 기성세대를 부끄럽게 하는 이 땅의 10대들이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미래가 결코 어둡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믿습니다. 이래서 세상은 살만한 가 봅니다.


벌써 20대 중후반이 된 조카들에게 ‘공부 잘 하느냐’는 말 한 번도 하지 않고 그냥 묵묵히 지켜보면 기다렸습니다. 답답하면 언젠가 물어올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자식에게는 도무지 입이 간지러워 참는데 여간 애를 먹지 않겠더군요. 한 다리 건너가 이렇게 무서운 줄 내 자식 키우면서 겨우 깨달았습니다. 믿고 기다렸던 조카와 질녀들이 제 길을 찾아가듯이 자식들 역시 자기 길을 가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으니 꾸중이나 잔소리 대신에 칭찬부터 먼저 하고 문제점을 말하려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이 얼마나 갈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며 달려온 지 25년이 지났습니다. 과연 그렇게 살아왔는지를 곰곰이 돌이켜 봅니다.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고, 못난 조상이 되지 말아야 할 텐데 그러지 못하는 제 자신이 얄밉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