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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ㆍ경제

이젠 이명박 보다 부활한 노무현이 더 무섭다.

 

23년 넘게 살아 있는 민주연합이란 망령


선거철만 되면 ‘민주연합’이란 망령은 꿈틀 거린다. 그렇게 욕하던 참여정부의 요직을 지낸 사람들이건만 ‘이명박 심판을 위해 단일화해야 한다’고 정체도 애매한 백낙청 같은 시민사회의 원로란 노인들이 훈수를 둔다. ‘민주연합’이란 사실상 민주당으로 단일화 하자는 것 아닌가? ‘그것이 국민의 뜻’이라고 우기니 질린다. 특히 노무현 정권 시절 장관급 예우를 받던 위원장을 지낸 김상근 목사 같은 사람들까지 합세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려라’고 할 때는 정말 어이없다.


▲ 안희정 충남지사 당선자와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가 4일 오전 민주당 지도부와 함께 서울 국립현충원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뒤 참석자들로 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 오마이뉴스)


연대나 연합은 상대의 실체를 인정하는데서 출발한다. 힘 좀 있다고 ‘우리를 따라 오라’는 것은 연합의 기본자세가 아니다. 신자유주의자들과 협상 자리에 나가는 것 자체를 반대하지만 여론 때문에 가는 시늉이라도 내야 하는 당직자는 곤욕스럽기 그지없다. 이래저래 당 내외에서 시달리긴 마찬가지다. 정말 민주당이 ‘민주대연합’을 할 자세가 되어 있었던가? ‘수도권은 우리가 해야 한다’고 당당하게 말한 이미경 사무총장의 말에서 오만방자함을 느꼈다면 너무 까칠한가?


정말 민주대연합을 하려면 정책을 비롯한 협상 방식을 갖고 단일화 논의를 해야 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이미 선을 그어 놓고 따르라고 하는데 가는 바보는 없다. 아무리 국회의원이 1명 뿐인 정당이라 할지라도 진보정치의 씨앗을 뿌려왔건만 깡그리 무시하는데 협상할 마음이 생긴다면 이상하다. “참여정부 시절 우리가 잘못한 정책이 많은데 반성한다”며 고백부터 하는 게 순서 아닌가? 급증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에 민주당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집권시절 잘못부터 고백하는 게 순서다.


집권을 했지만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잘못을 할 수 있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쌍용자동차 매각은 ‘기술유출’을 비롯해 ‘먹튀 자본의 농간에 놀아날 가능성이 많다’며 수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강행했다. 당시 산자부 장관으로서 중국 상하이차에 매각에 정세균 대표가 깊이 개입했다. 그런데 쌍용차 노동자들이 집단 해고에 반대해 옥쇄 파업을 할 때 ‘내가 잘못했다’는 말 한 마디라도 했는가?


▲ 경찰의 봉쇄를 뚫고 겨우 진행된 2007년 11월 11일 민중대회에 ‘의료는 상품이 아니다’는 몸자보를 한 의대 약대생들의 모습. 이명박 정권이 자행하려는 건강보험 상업화의 시동은 노무현 정권에서 걸었다.


모르쇠로 일관했다. 제1야당의 대표란 사람이 이 정도 수준 밖에 안 되고, 지난 10년 간 집권을 했던 정당의 정치력이 이것 밖에 안 되는 게 현실이다. 그런 사람들과 어떻게 어떤 방식을 단일화를 하라고 강요하는지 의아할 뿐이다. 그런데 ‘이명박 심판이 더 급하다’며 무조건 단일화 하라는 것은 폭력이다. 서로의 가치가 다른 데 어떻게 합치라고 하는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23년이나 지난 ‘민주연합’이란 망령은 역사의 무덤에 고이 두면 된다.


필자는 참여정부라 부르는 노무현 정권에 매우 비판적이다. 20대 후반부터 진보운동을 한답시고 다닌 지금까지 그 흔한 별도 한 번 달지 못했다. 암울한 군사독재 정권 시절 수 많은 20대 청년들이 감옥행을 두려워하지 않고 싸웠고, 수갑을 차고도 당당하게 법정에서 싸울 때 방청석에서 박수치고 고함지르는 정도 밖에 하지 못해 늘 마음의 빚으로 남아 있었다. 그런 나에게 참여정부는 별을 달아주었으니 고마운 일이다. 그것도 6개월이 지난 뒤 뒤통수를 쳤다.


경찰과 검찰을 이용할 땐 언젠가?


분명히 한미FTA 반대 집회에 참석한 일로 소환을 받았고, 소환장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적혀있었는데 사건이 대구로 이첩되는 과정에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둔갑했다. 함께 조사를 받았던 당원들이 ‘우린 집시법 위반’이라고 항의했지만 ‘검찰의 지휘를 받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미안해하던 담당 형사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도로교통법 위반 사범들이 조사받으러 갔는데 끝날 때 까지 정보과 형사가 기다리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었다.


  ▲ 2007년 11월 11일 서울나들목에서 경찰병력이 지방에서 올라오는 고속버스를 막고 있다. (사진: 민중의 소리)


한미FTA 반대 집회에 가려면 경찰과 숨바꼭질을 해야 했다. 정권의 지시없이 경찰이 단독적으로 판단해서 한 일인가? 2007년 민중대회 참석을 막으려고 전국 고속도로 진입로에 경찰병력을 깔아 놓았다. 심지어 경찰은 관광버스 회사에 공문을 보내 대회에 참석하면 ‘면허취소’를 하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만약 상부의 지시없이 헌법에서 보장한 이동의 자유마저 가로막을 수 있다면 경찰청장은 간이 배 밖에 나왔음에 분명하다.


한미FTA협상장에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봉쇄한 자가 누구인가? 대통령의 그런 부당한 지시에 민주세력을 자처하는 국회의원 중 몇 명이 반대했는가? 한명숙 총리가 ‘위헌의 소지가 있다’며 대통령에게 한 마디라도 했는가? 노무현 정권 시절 잡혀갔던 사람, 그래서 징역을 사는 사람, 경찰의 폭력에 죽은 사람, 그 죽음마저도 모욕 받아야 했던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르는데 ‘이명박을 심판하기 위해 민주당을, 한명숙을 찍어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자신들이 집권할 때는 잘도 이용한 경찰과 검찰을 이제 와서 비난하니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자기들 입에 맞게 상 차려 줄 때는 잘 먹다가 몰골이 처량해지자 욕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책임있는 정당의 자세가 아니다. ‘그냥 일하게 해 달라’고 절규하던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을 경찰 병력을 투입해 끌어내고, 꽃다운 20대 청춘의 KTX여승무원들이 흘린 엄청난 피눈물, 1980년 광주항쟁 이후 처음으로 군 병력을 동원해 진압 작전을 편 ‘여명의 황새울’과 새만금.....


▲ 2006년 5월 4일 평택 대추리에 ‘여명의 황새울’ 작전에 투입된 수도군단 예하 헌병단 특경대 병력은 시위진압 차림의 전경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위 사진) 미군기지 확장을 반대하는 시민들을 굴비 엮듯이 팔다리를 뒤로 묶어 버린 수도군단 특공여단 병력의 잔인한 모습(사진: 민중의 소리)


신자유주의 시동을 건 노무현의 부활이 무섭다.


그들이 살아 돌아와 다 이해할 터이니 맘 편히 이명박을 심판하라고 말한다고 해도 그럴 수 없다. 한명숙ㆍ유시민 민주당에게서 최소한의 진정성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개인 한명숙이 살아왔던 삶의 진정성은 존중하지만 총리 한명숙은 믿지 않는다. 나에겐 믿지 않을 자유도 있다. 그게 진보정당의 권리이자 의무이기도 하니 시민사회 원로랍시고 훈수 두는 것은 월권이다. 제발 부탁하건데 간섭하지 말고 조용히 지내시기 바란다.


정규직 노동자는 노동귀족이라고 공격하고,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만들고 비정규직은 거리로 내몰았던 노무현 정권의 노동탄압에 맞서 싸우다가 죽음으로 항의한 노동자가 여덟 명.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침략전쟁에 열심히 가세한 대가로 테러범들에게 희생당한 사람들이 세 명. 가난한 조국에 가족을 남겨둔 채 돈 좀 벌어보겠다고 한국에 와서 일하다가 야만적 단속 추방 정책에 쫓기다 체포되어 아홉 사람이 한꺼번에 숯이 된 여수 이주노동자들의 죽음....


WTOㆍ한미FTA 등 국제적 신자유주의 결정판에 맞서 죽음으로 항거한 고귀한 사람이 3명. 그런 야만에 맞서 싸우다가 경찰폭력에 희생되어 세상을 떠난 이들이 세 명이다. 사람의 목숨에 등급이 있단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모두 소중한 생명이다. 최소한 지난 시절의 잘못에 대해 고백부터 하는 게 민주 정치의 순서 아닌가? 한미FTA를 밀어 붙이고, 건강보험 상업화의 시동을 건 노무현의 정신이 부활할까 정말 두렵다. 노무현 정권 때 목숨을 잃은 분들의 명복을 다시 한 번 빈다.


2003  이해남 이용석 이경해 김주익 송석창 박상준 곽재규 이현중

2004  김춘봉 정상국 박일수

2005  오추옥 정용품 김동윤 류기혁 전용철 홍덕표 김태환

2006  하중근

2007  정해진 이근재 허세욱 전응재